경찰, KT 불법 '쪼개기' 후원 혐의 1년 수사 마무리
4년간 '상품권깡'으로 비자금 조성해 99명 불법 후원 결론

▲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17일 황 회장 등 전·현직 임원 7명을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입건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전체회의에 황창규 KT회장(앞)과 오성목 KT사장이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국회의원들에 대한 '쪼개기 후원' 의혹을 받은 황창규 회장 등 일부 전·현직 KT 임원들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7일 황 회장 등 전·현직 임원 7명을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입건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상 양벌규정을 적용해 KT 법인도 함께 입건 후 송치됐다.

황 회장 등은 지난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매입한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속칭 '상품권깡'으로 비자금 11억여원을 조성, 4억3천790만원을 19·20대 국회의원과 총선 출마자 등 99명에게 불법 정치후원금으로 보낸 혐의를 받는다. 정치자금법상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돈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경찰은 KT가 1인당 국회의원 후원 한도(500만원)를 피해 후원금을 내고자 이처럼 쪼개기 방식으로 후원한 것으로 봤다. 후원에 동원된 임직원은 모두 29명이었고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일부 직원들은 가족이나 지인 명의까지 빌려 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특정 업체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합산규제법',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 황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 여부, KT가 주요 주주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관련 은행법 개정 등 국회가 관여하는 현안에서 KT가 자사에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고자 후원금을 냈다고 판단했다. 다만 경찰은 "후원금을 낸 행위와 국회 논의 결과 사이에 대가성이 뚜렷이 입증되지는 않아 뇌물로 보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앞서 지난해 6월 황 회장 등 핵심 피의자 4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후원금을 받은 쪽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보강수사를 거쳐 같은 해 9월 황 회장을 제외한 3명에 대해 영장을 재신청했지만 검찰은 "일부 피의자는 혐의를 시인하고 일부는 부인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와 함께 후원금 수수자 99명 쪽 관계자들을 전수조사하라고 지휘하며 다시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 조사에서 황 회장 측은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적 없다"는 취지로, 대관업무 담당 임원들은 "회장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와 관련자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황 회장이 후원금 지출을 보고받고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후 후원금이 전달된 국회의원 등 99명의 보좌진과 회계책임자 등을 모두 조사했으나 정치자금법 위반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불법 정치자금임을 알고도 받았다면 역시 처벌 대상이다.

경찰은 불법 후원금 수사는 마무리하되 일부 의원실에서 KT에 지인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 등은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