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4시부터 회원가입하고도 접속이 안돼서 기다리다가 7시 넘어 겨우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았는데, 주문량 폭주로 접속 대기 중이라네요. 그러다 결국 품절 메시지 뜨면서 구매를 못 했어요. 이거 우롱 당한 것 맞죠?"

최근 의류 쇼핑몰과 중소 화장품 브랜드 사이에서 '파격 할인'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으나 이를 향한 소비자들의 심기는 불편하기만 하다. 접속량 폭주로 인해 사이트 접속이 어렵고 결제 단계에서 오류 또는 품절 메시지가 뜨면서 그야말로 '인내심 테스트'가 따로 없기 때문.

이 같은 행사는 단순히 10∼80% 세일과 차원이 다른 '통 큰' 할인을 보여주며 고객몰이를 하고 있다. 전 제품 9천900원은 옛말. 990원, 100원, 60원 심지어 9원과 0원도 있다. 특정한 날짜와 시간대에 구매하면 제품을 거저 주는 셈이다. 이 같은 행사는 대부분 그동안 많은 관심을 보여준 고객들을 위한 '감사제'를 취지로 한다.

그러나 사이트에 접속해보면 과연 이 행사가 고객 감사제가 맞는지 의문이 든다. 일단 접속량 폭주로 인해 홈페이지가 제대로 열리지 않는 것은 물론, 열린 후에도 회원가입과 제품 페이지로 넘어가는데 긴 시간이 소요된다. 겨우겨우 결제 버튼을 누르고 나면 '솔드아웃(품절)'이라는 메시지를 허무하게 받아들여야만 한다.

대부분 트렌드에 민감하고 쇼핑에 능통한 10∼30대 여성들이 이용하다 보니 관련 커뮤니티나 기사 댓글에는 분통이 터진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서비스 지연이 문제가 아니라 고객이 몰릴 것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은 업체 측에 불만이 커지는 것.

제품 구매를 위해 반나절을 허비하는 것은 다반사. 또 이월 상품이 아닌 현재 판매하고 있는 제품을 세일하는 경우가 있어, 정가를 주고 구입한 고객들은 마치 사기를 당한 것 같은 기분마저 들게 하는 상황이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행사가 실시간 검색어 1위 등극과 회원 수 늘리기를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11월 블랙프라이데이의 흥행으로 이어진 파격 세일은 유통 업체에겐 재고 처리와 매출 증가를, 고객들에겐 '득템'의 기회를 가져다준다. 소비자들은 이미 트래픽 과다로 인한 지연 정도는 너그럽게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구매 심리를 이용해 철저한 준비 없이 시선만 사로잡는 할인 행사는 지양해야 한다. 자칫하면 소비자들의 관심이 아닌 싸늘한 외면만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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