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또 다른 길- 물길과 철길<13>

우리나라에 철도가 교통수단으로 등장한 지도 100년이 넘었다. 그동안 수많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했지만 오히려 그때만 못해진 일도 있다.

가장 아쉬운 건 기적소리를 울리며 남에서 북으로 달렸던 기차를 볼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지금 비무장지대에 남아 있는 녹슨 철로와 기관차만이 묵묵히 분단의 아픔을 대변하고 있을 따름이다.

남북을 잇는 대표적인 철도로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이 있다. 경의선 준설은 1900년 9월, 경의선 건설을 위한 서북철도국을 설치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902년 3월엔 경의선 기공식을 가졌으며, 1905년 대동강철교, 1906년엔 청천강철교가 준공됐다.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열차가 달리게 된 건 1906년 4월3일에 와서였다.

경의선은 경부선과 함께 일본과 한국, 만주와 중국 등 동북아시아를 이어주는 교통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개통된 지 40여 년 만인 1945년 9월11일에 운행이 중단되는 비운을 맞았다. 현재 남북한 철도단절 노선은 경의선, 경원선, 동해선, 금강상선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구간만 320.4Km에 이른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2000년6월, 남북공동선언이 있은 후 얼마 후인 9월부터 남북한을 잇는 철도복원사업이 시작되었다. 2002년9월엔 동해선 연결작업도 첫삽을 뜨게 됐다. 이 공사는 2005년 말까지 사실상 마무리되었으며 2006년 상반기 개통을 위해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오랫동안 분단과 대결의 상징이었던 비무장지대를 관통하게 될 남북한 철도가 이어짐으로써 기대되는 효과 또한 크다.

우선은 인적· 물적인 교류가 확대되고 사회· 문화· 예술· 체육 등 여러 분야에서 교류가 이루어져 남북한의 이질성이 완화되고 동질성은 확대될 것이다. 이는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동북아 평화정착에도 큰 도움이 될것이다.

경제효과 또한 클 것이다. 현재 인천과 남포 간 뱃길을 이용한 컨테이너 수송은 ITEU에 800달러 수준이 데 비해 경의선으로 수송할 경우, 200~250달러 선에서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남북한 물류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이렇게 물류비가 줄어들고 개성공단 조성으로 북측의 풍부한 노동력이 제공되면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 또한 향상될 뿐 아니라 민족경제의 균형 발전도 이루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수송비용 절감과 수송시간 단축으로 동북아 경제협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한반도 종단철도는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대륙연결망인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몽골횡단철도(TMGR), 만주횡단철도(TMR)와 연결되어 유럽과 동북아시아 시장을 육상으로 연결하는 세계 최대의 운송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한반도는 동북아 국제철도 물류중심 역할을 함으로써 ‘철의 실크로드’ 시대의 주역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철도가 연결될 경우, 무엇보다 화물 수송루트에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된다.

부산항에서 유럽으로 가는 물동량의 일부와 중국의 동북3성 및 몽골의 수출입 물량, 일본의 유럽 수출입 물동량 일부가 부산항, 광양항을 통해 대륙철도로 운송될 것이다. 유럽을 오가는 경우, 해상수송과 비교해서 거리는 약7,000Km, 시간은 약 일주일 이상 단축되어 비용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유럽철도망(Trans European Railway Network)이 교통망으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유럽의 경제와 사회 문화를 통합해서 EU 결성을 앞당겼듯이 현재 진행 중인 남북간 철도 연결은 동북아지역에 협력 인프라를 구축하게 될것이다. 나아가 유럽-아시아-태평양을 잇는 ‘철의 실크로드’를 완성함으로써 유라시아 지역의 경제· 사회· 문화 공동체를 촉진하는 핵심 네트워크가 될 것이다. 이처럼 남북간과 대륙철도 연결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사항이 있다.

먼저 노후화된 북한 철도를 현대화하는 일이다. 우리와 달리 북한은 교통수단을 철도에 주로 의지하고 있다.

특히 화물은 철도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문제는 운송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국제화물 철도망의 평균속도가 시속40Km이상인데, 북한은 오랜 경제난으로 제대로 보수 유지가 되지 않아 시속20Km이하인 구간이 상당수여서 전면적인 개량이 불가피하다.

그 다음으로는 남북간과 대륙철도를 통합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기술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국가간 운송을 위해서는 기관차의 운영, 요금 정산 및 여객과 화물의 수송방법에 대한 일정한 기준이 있어야 하며 국제철도 수송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철도 분야의 국제운송협약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한반도 종단철도가 대륙횡단철도와 연결될 것에 대비해서 국제승객, 화물운송협정을 관장하고 있는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에 가입을 추진 중이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며 아련한 소망을 세월 속에 삭여온 녹슨 기차가 이제는 기적소리를 울리며 철의 실크로드를 누빌 그날을 벅찬 가슴으로 기대해 본다.

 

글 : 남인희 前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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