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또 다른 길- 물길과 철길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하늘을 나는 새를 보고 비행기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지하철은 무엇을 보고 만든 것일까? 지하철에 관한 아이디어를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영국 런던의 법무관이었던 찰스 피어슨이라는 사람이었다.

그가 이 기발한 생각을 하게 된건 두더지 구멍을 보고서였다. 다른 동물들은 지상의 길로 다니지만 두더지는 땅 속으로 다니는 것을 보고,그는 “바로 이거야!”하고 무릎을 쳤다.

1843년, 찰스는 런던 시의회에서 세계최초의 지하철도 시스템을 건의했다. 그러나 런던 시의회는 그를 미친 사람 취급하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찰스는 포기하지 않고 지하철도의 중요성과 효용성을 끈즐기게 설득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결국 런던 시의회는 찰스의 건의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이들을 설득하는 데만 무려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으니 찰스의 끈기와 집념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헤아려진다.

세계최초의 지하철이 개통된 건 1863년 1월, 런던 시내의 패린던과 비숍스를 잇는 약 6km 구간이었다.그러나 아직까지는 설계가 미흡한 데가 많았다.

지하철이라고는 하지만 당시의 건설방법은 땅속에 터널을 뚫는 게 아니라 지표에 홈을 파고 그 위에 뚜껑을 덮는 식이었다. 완전히 두더지식 지하철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그 뚜껑 군데군데를 닫지 않고 일부러 열어두었다.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직 전기로 움직이는 기술이 개발되지 않아 지하를 달리는 열차도 증기로 운행되었기 때문이다.  연기를 내뿜는 증기기관차가 6km나 되는 긴 터널을 달리면서 발생시킨 그 연기는 어디로 빠져나갈 것인가. 그래서 연기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뚜껑을 덮지 않는 고육지책을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배려에도 불구하고 터널 속은 언제나 연기로 가득차게 마련이었다.객차의 문을 닫아도 연기가 들어와 금방 자욱해지고 승객의 열안엔 이런 공고가 붙어 있었다.

‘No Smoking(금연).’ 사정이 이런데도 개통 첫해에만 950만 명의 승객이 이 지하철을 이용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지하철을 탈 때 그을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 때는 1890년, 처음으로 전기구동의 지하철이 생기면서부터였다. 지금 런던의 지하철이 거미줄처럼 발달할 수 있었던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후 도시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지하철은 중요한 대중교통 수단으로 세계 각국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유럽에서는 1896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처음으로 지하철이 개통됐다. 뒤이어 1898년엔 오스트리아의 빈,1900년엔 프랑스 파리,1902년엔 독일의 베를린에 지하철이 달리게 됐다. 미국에서는 1901년 보스턴에 처음으로 지하철이 생겼고,1904년 뉴욕에도 지하철이 개통됐다.

우리나라에서 지하철이 선보인 건 1974년이었다.1호선 서울역에서 청량리간 7.8km가 개통된 것이다. 이것은 수도권의 교통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1990년 들어서 도시의 교통 체증이 국가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서울 외에도 부산, 인천, 대구, 대전, 광주 등의 6대도시에서 지하철도 건설이 이루어졌다.

지하철의 시대를 연 것은 다른 나라보다 뒤늦었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그 규모가 세계4위로, 2005년 말 현재 440.7km 구간이 운행 중이다.

 

글 : 남인희 前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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