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단체들은 우리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노동·산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논의에 대한 사회적 대화가 밤샘 논의 끝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해 공이 국회로 넘어가게 된 안타깝다.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는 노동계와 재계, 정부, 공익위원들이 모여 지난해 12월 20일 첫 회의를 연 뒤 19일까지 만나 협의했지만 뾰족한 절충안을 찾지 못한 것이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는 올해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의 충격을 덜기 위한 조치다. 근로시간 제한 파장은 전 산업계로 번지고 있다. 일감이 쌓여도 초과근무를 하기 힘드니, 생산성 추락은 면할 길이 없다. 기업은 최저임금 인상에 멍들고, 근로시간 제한의 족쇄까지 찬 꼴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투자도, 일자리도 늘어날 턱이 없다.

현행 탄력근로제는 특정 주의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으면 3개월 단위로 평균 노동시간을 계산한다. 경영계는 이 기간을 1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근로시간 제한으로 인한 부담을 다소나마 덜 수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 경영계 입장은 설득력이 크다. 사실 탄력근로제 1년 연장에다, 노사 간 서면합의로 돼 있는 도입 요건도 완화해야 한다. 단위 기간을 늘려도 노사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 현 제도상으로는 탄력근로제 도입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서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노동계는 '물정 모르는 아이'처럼 같은 말만 되뇌고 있다. 노동자가 무한 과로에 노출될 수 있고 초과근로수당이 줄어드는 등 임금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이유를 들어 '현행 제도 고수' 입장이다. 이번 회의에서 장시간 노동 후 11시간 휴식 보장, 연장수당 보전 등이 전제된 조건부 6개월 확대안도 논의됐지만 한국노총 등 노동단체 반대에 부딪쳐 결실을 보지 못했다.

근로시간 단축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유연근무제와 탄력근무제 확대가 불가피하다.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최대 1년으로 확대하는 게 마땅하다. 단위기간을 늘리되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면서 임금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11시간 휴식 보장 및 연장수당 보전 등은 노사가 수용 가능한 차선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노총은 물론이고 한국노총은 한국 경제의 어려움은 안중에도 없다는 말인가. 현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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