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팀 정우교 기자
[일간투데이 정우교 기자] 대한민국 국회의장이 일본 내에서 비난받고 있다. 지난 8일 외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거론했기 때문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당시 "전범의 아들인 일왕이 퇴위 전 사과를 해야한다"면서 "그러면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인터뷰에 일본의 정치인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고노 다로 외상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문 의장의 인터뷰에 대해 "무례하다"며 막말까지 했다. 인터뷰는 인터뷰 대상자가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을 털어놓는 자리다. 문 의장도 재차 밝혔듯 이 발언은 자신의 지론(持論)이며 사과할 일이 아닌 것이다.

문 의장의 발언이 무례했다면 한 나라의 입법부 수장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비난하는 행태는 예의에 맞는 일인가 싶다. 그것도 나라를 대표한다는 총리, 외무대신, 관방장관 등이 돌아가면서 말이다.

아베 총리 측은 지난 2017년 일왕이 퇴위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 "일왕은 제사에서 기도하는데 의미가 있을 뿐", "그것 말고 무슨 역할이 있는가"는 식의 발언을 한 적도 있었다. 여기에 문 의장의 발언을 대입하자면 일본 정치인들은 일왕에게 책임을 물은 사실보다 '사과'에 화가 난 듯 하다. 어딘가 맞지 않는다.

일왕을 '전범의 아들'로 칭한 부분도 살펴보자. 현재 아키히토 일왕의 전임자는 쇼와 일왕(본명 히로히토)이다. 그는 일본의 제124대 왕으로 지난 1926년부터 1989년까지 재위했다. 1930년대에는 중일전쟁·태평양전쟁 과정에서 일본의 침략을 묵인했던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일본의 731부대 창설을 재가한 인물이다.

일본 제국 헌법 상 군통수권자이자 최고지휘관이었던 인물의 묵인과 범죄로 많은 사람들이 전쟁 중에 죽거나 다쳤다. 전범(戰犯)은 이런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현 일왕 아키히토는 1933년 쇼와 왕과 미치코 왕비 사이에서 태어났다. 전범의 아들이자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인물, 따라서 사과할 책임이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처럼 정치인이 자신의 지론에 따라 상식 선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언제든 환영이다. 오히려 진영논리나 당규(黨規, 정당의 규칙이나 규약)에 휘둘려 나와버린 '사려 깊지 않은 언행'이나 일본 정치인의 비난이 곧 '무례(無禮)'다. 자신의 목소리가 어디서부터 나와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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