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하도급 전속 거래 법률분쟁' 토론회 열어
추혜선, "갑질 피해자가 공갈 가해자로 처벌받아선 안 돼…법개정 추진"

▲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추혜선 정의당·고용진 더불어민주당·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 공동 주최로 '하도급 전속거래구조에 있어 국가형벌권 행사의 비대칭성'이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추혜선 의원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장기간 불공정행위에 시달리다 부도 위기에 처한 현대자동차 2차 협력업체들의 납품 중단행위에 법원이 공갈죄를 적용해 벌하는 사례가 빈발하는 가운데 수직적 갑을관계에 대한 제도적 개선 없이 하청업체를 일률적으로 벌하는 것은 국가형벌권의 과잉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도급거래 관계에서 '갑질 피해자'가 '공갈 가해자'로 낙인찍혀 처벌을 받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법체계 정비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추혜선 정의당·고용진 더불어민주당·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 공동 주최로 열린 '하도급 전속거래구조에 있어 국가형벌권 행사의 비대칭성'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이처럼 주장했다.

자동차산업 하청업체가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지속적인 갑질에 시달리다 납품을 중단한 채 손실 보전이나 경영권 인수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법원이 공갈죄를 적용한 사례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최소 16건 이상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올해 설연휴를 앞둔 1월 31일 현대자동차 2차 협력업체인 태광공업의 전 경영진 부자(父子)가 2심 재판부에서 각각 징역 4년형과 2년형을 선고받고 나란히 법정구속 되면서 법원의 판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 교수는 "한국 자동차 산업이 국제경쟁력을 잃고 어려움에 빠져 드는 중요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하청업체 쥐어짜기'이며 이를 심화시키는 수단인 '전속거래'와 '직서열 생산방식'이 검찰·법원에 의해 비호를 받고 있다"고 현 실태를 꼬집었다.

이어 "납품단가 후려치기, 재고부담전가 등 갑질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없는 현실을 두고 부도 직전에 최후의 카드로 손실보상이나 기업인수협상을 꺼내든 2차 협력사에게 일률적으로 공갈죄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약자에 대한 압제이자 국가형벌권의 과잉발동에 해당한다"고 성토했다.

이항구 한국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975년 중소기업 계열화 촉진법을 만들어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 수직 계열화가 구축된 이후 완성차업체 협력사들은 다른 기업과의 협력이 불가능해지면서 산업 전체의 성장도 발목이 잡혔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속거래를 통해 사업 중복을 막아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압축 성장에 성공했다"면서도 "하지만 이를 통해 협력사와 대기업 간 갑을관계가 심화돼 부품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전속거래가 불공정거래로 이어지면서 협력사들이 줄도산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또한 전속거래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하도급 관계가 파트너 관계로, 수직적 거래가 수평적 거래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전속거래 관계에서 벗어나려는 협력업체에 대한 자생력 강화를 위한 종합 지원체계를 구축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추 의원은 "불공정한 하도급거래로 인해 부도 위기에 처한 하청업체들이 할 수 있는 게 납품을 못 하겠다며 버티는 것 밖에 없다"며 "하도급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법이 공정경제를 뒷받침하고 '을'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추 의원은 토론회에 앞서 이날 오전 자동차산업 중소협력업체 피해자협의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부도 위기에 처한 하청업체가 납품을 중단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는 하도급법 개정안과 거래조건 합리화를 위한 중소기업들의 공동행위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3월 초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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