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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송문 칼럼] 춘풍추상(春風秋霜)의 아이러니선문대 명예교수·시인
  • 일간투데이
  • 승인 2019.02.27 14:48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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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갑전산(八甲田山)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영화화된 그 소설은 1902년 일본 제국군이 러일전쟁에 대비해 동계시범훈련을 하다가 대참사를 겪은 실화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치밀하게 준비한 31연대는 무사히 귀환했으나 부실한 준비로 나섰던 5연대는 길을 잃고 11명의 생존자 외에 모두 얼어 죽는다. 살아남은 11명도 3명만 사지가 멀쩡했으며(손발가락은 제외) 나머지는 팔다리를 동상으로 절단해야 했다.

여기에서 교훈으로 삼아야할 점은 지도자의 상황판단이다. 영하 20~3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와 눈보라 속에서 무사히 귀환하는 길은 31연대처럼 그 산간지역주민을 안내인으로 쓴다거나 민가에서 숙박하는 등 신속하게 대처하는 유연성에 있다 하겠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유연성 있게 신속히 대처하는 적응력을 찾아볼 수 없다. 날로 심각해지는 탈 원전 문제에서부터 최저임금인상, 주52시간 근무, 정치논리로 무너뜨리는 4대강 보 등 후진하는 형국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핫고다산(八甲田山)’처럼 길을 잃으면 원래의 출발지점으로 되돌아갈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자기들 방식대로 끝까지 갈 모양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반대집단의 판단이 옳았음을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인정하기 싫어도 나라를 살리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나무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넓은 도량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막다른 길, 위험한 길이라는 표지판이 보여도 ‘가짜 뉴스’로 치부해버리고 만다.

이러한 일이 왜 벌어지는가? 나라의 주인다운 주인이 없기 때문이다. 나라의 주인다운 주인이란 어떠한 사람을 가리키는가? 나라 살림을 맡은 5년 동안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과거의 살림도구를 손상하지 않는 동시에 미래에 나라 살림할 사람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을 말한다.

■ 상대방 인정에 있어 인색한 文정부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이제까지 이룩해온 나라 살림도구를 훼손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도 일부 훼손했고, 새마을운동도 훼손했으며, 안보 국방도 내일을 예측할 수 없다. 나라빚은 더욱 불려놓았고, 국민연금문제는 해결하기보다는 후손들 골칫거리로 미루기만 하고 있다. 이러니 대통령은 있어도 나라의 주인다운 주인이 없는 것이다.

5년 동안 국민의 상머슴으로 들어왔으면 보국강병 민생안정으로 국민을 편하게 할 일이지 어찌하여 건국 이후 지금까지 피땀으로 쌓아올린 탑을 무너뜨리지 못해서 안달인가? 북한의 핵무기는 꿈쩍도 않고 그대로 있는데, 어찌하여 전방의 도로에 설치한 대전차(탱크) 저지선 장애물을 비공개로 제거했는가? 적의 탱크를 막기 위해 설치한 군사시설을 국민이 모르는 사이에 철거해도 되는가?

대통령은 국민에게 숨기거나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그는 신년회견에서 “권력기관에서 과거처럼 국민을 크게 실망시키는 일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 같은 권력기관에서 권력의 충견(忠犬)이 돼 정치보복을 심하게 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단 한건도 없다”고 거짓말을 한다.

■ 과잉된 신념이 ‘착오’부를수도

문 대통령의 ‘기무사계엄문건’ 특별수사지시로 군과 검찰이 동시에 나섰다. 석 달 넘게 90여 곳을 압수수색했고, 200여명을 소환조사하는 등 난리를 피웠지만 ‘쿠데타 모의’는 나오지 않았다. 엉뚱하게 허위공문서를 걸었다.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제 발로 나온 예비역 중장 팔목에 수갑을 채우고 모멸감을 줘 목숨을 끊게 했다. 이런 경우가 한 둘이 아니다. 이렇게 인권을 짓밟으면서 ‘단 한 건도 없다’고 태연하게 국민 앞에서 말한다.

어쩌면 허위를 말한다고 의식하지 못한 채 말했는지도 모른다. 자기의 주관적인 생각만 옳은 것으로 여길 뿐 객관적으로 돌아보지 않기 때문이다. 과잉된 신념은 이런 착각을 낳을 수도 있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의 칼럼에는 “김관진 전 안보실장은 여섯 가지 다른 혐의로 검찰, 감사원, 청와대 조사를 받았다. 수사가 아니라 ‘사람 사냥’이다. 이재수 자살 사흘 뒤에 문대통령은 ‘인권이 최우선’이라고 연설했다. ‘수갑 채우기를 최우선’으로 하다가 사람이 자살까지 했는데, ‘인권이 최우선’이라고 한다. 청와대 사무실에 걸려있는 춘풍추상(春風秋霜)도 이런 역설일 것이다” 라고 썼다.

춘풍추상이란 ‘다른 사람은 봄바람처럼 대하고, 나 스스로에겐 서릿발처럼 엄하게 하라’는 뜻인데, 문 대통령의 언행에는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팔갑전산의 5연대처럼, 바둑이 축으로 몰릴 때는 바꿔야 한다. 축으로 몰린 바둑을 계속 두다가는 전멸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정치가 바둑판만도 못하다고 해서야 되겠는가.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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