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삼일절을 맞는다. 움트는 새봄과 함께. 올해는 특별한 뜻이 있다. 3·1운동 100돌이다. 민족자존과 자주독립 의지, 겨레의 하나 됨을 만방에 떨쳤던 그 날 그 함성이 아직도 쟁쟁하다. 삼일독립정신! 조국광복을 맞기 위해 애쓰신 선열들의 정신을 되새겨보아야 한다.

“오호라! 금일 우리 대한에 무엇이 있는가? 국가가 있건마는 국권이 없는 나라이며, 인민이 있건마는 자유가 없는 백성이며… 어떻게 하면 내가 2천만 동포의 피와 눈물이 항상 나라를 위하여 뜨겁게 방울 맺히게 할까? ….”

1908년 4월 대한협회보에 ‘대한의 희망’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격조 높은 글이다. 일제 강점기 사학자이자 언론인으로서 민족의식을 고취했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 단재 신채호 선생의 글이다. ‘독립이란 주어지는 게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다’라는 결론에 도달, 적과 타협 없이 독립투쟁을 전개했던 우리 민족정신의 결기를 읽게 한다.

그렇다. ‘민족정기’는 이 달의 상징어다. 3·1운동은 남녀, 세대, 지역, 종교, 이념을 초월해 한민족이 하나 된 울림이었다. 그 가치의 반추는 아무리 거듭해도 지나치지 않다. 조국해방을 얼마나 사무치게 기다렸으면 소설 ‘상록수’의 작가 심훈은 시 ‘그날이 오면’에서 “이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와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라고 절규했을까.

조국 광복은 그냥 주어진 게 아니었다. 우리 선열들은 50여년에 걸친 길고도 험난한 길을 독립이라는 목표를 위해 하나가 돼 꿋꿋하게 걸었다. 의병활동, 삼일만세운동과 임시정부 활약, 독립군과 광복군 투쟁, 학생운동, 문화운동, 외교활동 등으로 광복을 맞은 그날까지 피어린 항일투쟁을 전개한 것이다.

3‧1운동의 대의는 크고 무겁다. 세계를 향해 한국의 독립 없이는 동양 평화는 물론 세계 평화도 없다고 외쳤다. 또한 3‧1운동은 비폭력 평화 정신을 구현하고자 했다. 3‧1운동을 주도한 종교계는 ‘기미독립선언서’ 공약 3장의 하나로 “일체 행동은 질서를 존중하라”고 제시했다. 나아가 3·1운동은 중국 땅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을 낳았다. 1919년 4월 11일 대한민국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한다.”는 소식을 듣고, 사람들은 미친 듯이 기뻐했다고 한 배경이다.

기미독립운동이 밝힌 한겨레의 대동단결과 자주독립 정신은 오늘날에도 우리가 가다듬고 다져나가야 할 지표로서 그 빛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기미독립운동은 그 과정을 통해 민족 동질성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며 겨레의 단결된 힘이 얼마나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는가를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적잖다. 지금 한반도 국제정세는 예측하기 어려운 급격한 변화의 물결에 휩싸이고 있다. 일본의 과거사 몰각 및 우경화,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 미국의 자국이익주의 심화, 러시아의 세력 확장 기회 엿보기 등이 지속되고 있다. 남북이 자유민주적 평화통일이라는 제2의 광복을 구현해 21세기 한민족의 세기를 맞아야겠다. 삼일절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우리의 다짐이다. 조국광복을 위해 풍찬노숙했던 순국선열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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