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맘껏 숨 쉬게 하는 맑은 공기가 얼마나 고마운지! 참으로 새삼 느꼈다. 물론 깨끗한 물, 따뜻한 햇볕, 그리고 내 주변의 분들까지 그 귀한 가치에 진정 감사할 따름이다.

사실 요 며칠 전 미세먼지가 최악의 기승을 부리면서 국민 건강을 위협할 땐 질병과 고통 끝에 '세상 종말'이 이렇게 올 수도 있겠구나 라고 객쩍은 불안감도 없지 않았다. 그러다 맑아진 하늘을 보며 다시 유쾌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사실 예로부터 닷새에 한 번씩 바람이 불어 공기 흐름을 바꿔 주고 열흘에 한 번씩 비가 내려 대지를 적셔 주는 것을 이상으로 여겼다. '오풍십우(五風十雨)'라고 한다. 특히 때맞추어 내리는 비를 뜻하는 '시우(時雨)'가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당장 '공포의 미세먼지'는 더 독해져 머잖아 우리를 재차 공격하리라는 예후가 진하다. '봄철 한때 황사'에만 시달리던 우리가 이젠 '연중 미세먼지 공습'에 언제까지 몸을 사려야 할까. 원인과 대책을 복기(復碁)해보자. 고농도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건 국외, 곧 중국에서의 먼지 유입과 우리 내부에서의 발생이다.

■'공포의 미세먼지' 국민 건강 위협

최근 전국을 뒤덮은 미세먼지는 중국 영향이 크다. 중국의 오염물질이 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유입된 뒤 정체돼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가 무엇인가. 세계보건기구(WHO)는 대기 중의 미세먼지를 인체 발암성이 확인된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미세먼지보다 더 작은 초미세먼지는 폐포(肺胞)까지 침투하고, 경우에 따라선 혈액을 따라 전신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는 물질이다.

한심한 건 나라 전체가 거대한 오염물질에 갇혀 있음에도 어디 피신할 곳도 없다는 사실이다. 정부 대책은 공허하고 국민은 무기력증에 빠졌다. 마스크 착용, 차량 2부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한 달간 정지, 미세먼지 다량 배출 사업장의 조업시간 변경 등에 국한되고 있다. 현실적 대안이 긴요하다. 중국의 대도시와 산업지대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우리에게 고스란히 옮겨오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한·중 협조 체제를 협약이나 협정 수준이 되도록 강화해야 한다.

정부 에너지 전환정책도 바꿔야 한다. 탈원전 정책을 시급히 멈춰야 하는 것이다. 미세 먼지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원전을 줄이고, 석탄 및 LNG 발전을 늘리면서 어떻게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는 말인가. 정부는 탈원전 로드맵을 의결, 2017년 기준 24기인 원전을 2031년 18기, 2038년 14기까지 단계적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로드맵은 현재 7%인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30년 20%까지 확대하기 위한 추진방안을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엇박자 정책'부터 시급히 개선을

그러나 정부는 탈원전으로 상징되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중장기적 측면에서 보다 세밀하고 분명하게 세워야겠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지난 3년간 하락세에 마침표를 찍고 4년 만에 반등, 대세 상승장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력 공급에서 석탄화력과 원전이 작년 말 기준으로 38%, 30%대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미세먼지 발생으로 노후 화력발전소가 폐쇄되는 마당에 원전까지 중단한다면 에너지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더구나 원전산업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국가 주력 산업인 반도체·철강·디스플레이·화학 등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산업 부문은 그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다. 원자력학회엔 산학연 전문가 5천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한데 해외 이주 등으로 인력 유출이 심하다. 40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키운 원전 산업이 무너지는 징후가 보이고 있다. 원전에 납품하는 중소업체들도 그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곳인데, 이들이 무너지면 우리 산업 전반의 경쟁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진정 국민 건강과 국익을 생각한다면 '엇박자 정책'부터 하루라도 빨리 바꾸길 촉구한다. "잘못을 고치지 않는 것이 바로 허물이다(過而不改 是謂過矣). 잘못은 고치기를 꺼려선 안 된다(過則勿憚改)." 인류의 큰 스승 공자의 가르침을 되새기자.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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