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공기지연·공사비 증가" 개선 촉구
노조 "현장근로자 목소리 배제한 법안 통과시 모든 수단 동원" 경고
전문가 "공무원 순환근무 탓에 중재능력 부족…사회 고질적 문제" 지적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5일 오전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국회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논의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확대를 원하는 건설업계와 요건 완화를 주장하는 노동계의 입장차가 뚜렷하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는 전날 고용노동소위원회(고용노동소위)를 열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을 중심으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최저임금법 개정안,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 등 196개 법안을 상정했다.

여야는 다음달 2일까지 6차례 고용노동소위를 열어 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다음달 3일로 예정된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다. 앞서 지난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는 현형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최대 6개월로 늘리기로 합의한 바 있다.

건설업계에선 가장 굵직한 쟁점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수준을 놓고 사측과 노조간 입장차가 있어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건설현장의 경우 미세먼지나 폭염으로 인한 건설현장 중단 사례를 고려하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올바른 정착이 시급한 상황이다.

건설업계는 건설업 특성상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기간 미만으로는 능동적 대처가 어렵다는 이유로 탄력근로 단위기간 1년 확대와 도입요건 완화, 52시간 근로기준법 개정안 차등 적용 등 근로시간제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런 업계의 주장에 건설현장 현실과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건설기업노조 관계자는 19일 일간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업계에서 주장하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1년 확대는 물론, 6개월로 한 경사노위 합의안도 결사 반대는 입장"이라며 "현장 근로자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건설기업노조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형건설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대한건설협회(이하 건협)는 지난 15일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1년 확대를 골자로 한 건의서를 국회 교섭단체 3당과 환노위에 각각 제출했다.

건협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대다수의 건설현장이 공기지연·공사비 증가 등 심각한 혼란을 겪고 있다"며 "만성적인 공사비·공사기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시간까지 대폭적으로 단축되면 건설현장의 혼란과 어려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건협은 일본 사례도 들며 "지난 2017년 근로시간 단축시 건설업에 5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고 강조했다.

이와관련, 건설기업노조 관계자는 본지에 "A 지부에서는 노사 합의로 조합원 개인이 1주일 최대 52시간 제한을 둔 시간표를 작성해 운영한 결과 전반적으로 근무만족도가 높아진 사례가 있다"며 "공사기간 부족이라는 문제점을 두고 무조건적인 탄력근로제 기간확대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인원 투입을 비롯한 다른 여러 대안을 찾아 노사 합의 하에 충분히 건설현장을 운영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탄력근로제 등 사용자와 노동계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 ▲6개월과 1년 사이의 기한 적용 ▲시범사업장·계도기간 적용 후 재검토 ▲노동계의 투쟁·협상결렬 등 세 가지의 경우의 수를 예상하고 있다.

당초 현행보다 발주처에서 계약서상의 공사기간을 넉넉하게 책정하고 공사비도 그만큼 늘리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다만 해당 공기연장과 공사비 증액에 적용되는 기준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아 협상테이블에서는 논의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연구기관에 용역을 발주하면 최소 6개월에서 1년가량 지연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상위직 공무원일수록 이해당사자들 사이에서 발휘하는 중재능력과 사전에 장기간 지속해온 교류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내 공무원들은 순환근무 등으로 인해 특정 분야에서 중재능력을 키우거나 관계자들과 장기적인 교류관계를 형성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이 책임연구원은 "결국 중간점으로 타협하거나 결론을 못맺고 지지부진하다가 담당자가 인사이동으로 바뀌기도 한다"며 "이는 우리 사회의 업무관행에 있어 고질적인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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