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성년 포스터. 사진=쇼박스

[일간투데이 최유진 기자] 살인자보다 무서운 형사 역을 숱하게 맡아온 배우 김윤석의 첫 연출작 '미성년'은 어딘가 범죄 수사 혹은 스릴러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모두의 예측을 깬 '미성년'은 대중이 알지 못했던 김윤석의 섬세함과 인간에 대한 배려심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김윤석 감독을 필두로 염정아, 김소진, 김혜준, 박세진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 '미성년'이 지난 1일 언론 배급 시사회를 가졌다.

'미성년'은 아버지 대원(김윤석 분)의 외도를 알게 된 고등학생인 주리(박혜준 분)와 대원의 아이를 임신한 미희(김소진 분)의 딸 윤아(박세진 분)가 주리의 엄마 영주(염정아 분)에게 이 사실을 알리며 사건이 시작된다. 영화는 한 남자의 철없는 실수로 4명의 여자가 상처를 받는 모습을 통해 성장에 있어 나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 미성년 김윤석 장면 스틸 컷. 사진=쇼박스



영화는 의외로 재밌었다. 사고를 친 대원의 철없는 행동이나 슬픈 상황들이 웃음을 유발했다. 사건의 흐름도 불륜이라는 상황보다 캐릭터들의 감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불편함 없이 볼 수 있었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영화가 아기자기하다는 점이다. 감독은 작품을 연출할 때 본인의 성향을 담게 된다. '미성년'은 대중들이 알고 있던 무뚝뚝한 김윤석의 모습이 카메라 연출에 그대로 담겨있지만 세트에 있어 상당히 소심하고 아기자기한 콘셉트를 설정해 기대하지 못했던 볼거리를 제공했다.

'미성년'의 최고 장점은 누가 뭐래도 시나리오다. 국내에서 손꼽는 연기파 배우 출신 감독 김윤석과 희곡 작가 이보람의 시나리오는 전개상 흠잡을 곳이 없었다. 최근 제작된 국내 영화들은 2시간 러닝타임이 버거워 필요 없는 내용을 과하게 집어넣거나 관객의 이해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 왔지만 '미성년'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만 정확하게 전달했다.

 

영화 미성년 염정아, 김소진 장면 스틸 컷. 사진=쇼박스



반면 '미성년'은 제목과는 달리 어른들을 위한 영화였다. 부부 사이에 일어난 불륜과 이후 어른들의 반응은 결혼하지 않은 청춘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했다. 또한 영화의 주제가 불륜이기 때문에 소재에 맞춰 어두운 배경을 택했다는 점이 관객에게 답답함을 전했다.

고등학생 주리가 홀로 학교 옥상에 있는 장면이나 대원이 홀로 여행을 떠났을 때 자욱하게 껴 있는 안개 등 과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우중충한 느낌을 전달했다.

김윤석 감독은 "영화 '미성년'을 통해 철없는 어른과 철든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성년'에서 전하는 얘기는 철없는 어른들에 대한 손가락질이 아니라 철없이 사고를 치는 어른들의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에 대해 설명하는 영화 같았다. '미성년'에는 이미 살아왔기 때문에 빠르게 포기하고 대처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영화 미성년 김혜준, 박세진 장면 스틸 컷. 사진=쇼박스



또한 성숙한 여고생들을 표현했다기에 조금 시대착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 고등학생들은 지식도 마음도 80, 90년대 학생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아이들의 성숙함이 영화에 반영되지 못한 느낌이었다.

한편 탄탄한 시나리오에 장점을 두고 고전적인 화면 연출로 영화보다 연극 느낌을 주는 영화 '미성년'은 오는 4월 1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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