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대의 민주주의'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는 초유의 마비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모든 정치 협상이 사실상 중단됐고 각 정파의 지도부는 제 역할을 외면하는 등 '의사결정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붕괴됐다고 할 수 있다. 참으로 개탄스런 정치 현실이자 국민 분노를 부르는 정치인들의 '배임 행위'이다.

올 들어 석 달 만에 열린 4월 임시국회도 첫날인 8일부터 여야 간 충돌로 제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하고, 이미 임명안을 재가한 진영 행정안전·박양우 문화체육관광·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을 포함해 모두 5명의 신임 장관에 대한 임명장을 수여하자 야당이 반발한 것이다.

특히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사퇴를 요구한 박영선·김연철 두 장관에 대한 임명 강행에 대한 야당의 반발 강도는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거세 정국이 급격히 경색되고 있다. 탄력근로제 확대 기간과 6조원 추경안 등을 놓고도 여야 간 입장 차이가 커 이번 임시국회도 진통으로 점철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그렇잖아도 어려운 경제다. 한국 경제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 경제 곳곳에서 악재가 이어지고 있고,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어두운 전망들을 쏟아내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기조가 짙어지며 한국 경제 성장세와 물가 상승률 눈높이가 자꾸 낮아지는 추세여서 우려가 크다.

정치권에 당부한다. 정쟁(政爭)을 지양하고 민생·경제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하겠다는 실천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경제 위기가 시시각각 엄습해 오고 있다. 현실이 이러한데 정치권만 민생은 안중에 없이 정쟁에 파묻혀 대책 마련에 실기하면 이 나라의 미래는 어찌 되겠는가.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그동안 정부가 펼쳐온 구조개혁을 위한 노력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했지만 경제 체력의 기초를 더욱 튼튼히 다지기 위해서는 노사개혁, 금융개혁에 한층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충고한 일을 직시해야 한다. 물론 여야 간 쟁점이 있는 건 당연지사이지만, 생산적 토론과 타협을 통해 이러한 사안들을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수렴하고 녹여 국익을 도모해야 한다. 국회의 본령 회복이 절실하다. 안보와 경제 등 어느 부문이든 안심할 수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국회가 진정 민생을 책임지는 선량들의 기관이라면 본령을 재인식하고 '일하는 국회의원상'을 실천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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