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대 명예교수·시인

기독교인 중에서도 하나님의 존재를 확신하지 못하는 이가 있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기보다는 인간이 신을 이름 지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신이란 학문적으로, 또는 합리적으로 실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형(無形)으로 존재하는 신의 실존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은 마음과 몸, 정신과 물질이라는 이중구조로 돼있다. 미음(정신)의 무지를 타개하기 위해서 나온 게 종교라면, 몸(물질)의 무지를 타개하기 위해서 나온 게 과학이라 할 수 있다. 과학은 오늘날 인간의 고도한 기능을 대신할 정도로 발전했다. 이제는 종교와 과학이 마음과 몸의 무지를 타개하지 않으면 안 되는 때가 됐다.

그런 관점에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하고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흔히 통용되는 말로, '휴머니즘(humanism)' 하게 되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것은 보편적으로 신을 인정하는 상태에서의 인도주의(人道主義)라든지, 인문주의(人文主義), 인본주의(人本主義)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 신을 명명한 인간 vs 인간을 창조한 신

그런데 신과 인간, 이렇게 대비해서 '사람중심주의'니, '인간중심주의'라고 하게 되면 문제는 달라진다. 지난 2월 12일 '세계일보창간3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한학자 세계평화가정연합 총재가 격려사에서 "남북이 하나 되는 자리로 갈 수 있는 길은 하나님 중심으로 가야한다"고 했는데, 편집국 데스크에서 "하나님 중심으로 가야한다"는 그 자리에 "인간 중심으로 가야한다"는 말로 바꿔치기한 모양이다.

신문이 나오자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여론이 비등하게 되자 그 이튿날 바로잡은 정정기사가 실렸다. 그것은 "12일자 본지 창간기념식 기사에서 한학자 총재 말씀 중 '남북이 하나 되는 자리로 갈 수 있는 길은 인간중심으로 가야한다'는 '하나님 중심으로 가야 한다'의 오기이므로 바로잡습니다"로 표기돼 나왔다.

이와 같이 '하나님'과 '인간'을 대비하는 경우에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신은 창조주요 인간은 피조물이기 때문이다. 신성(神性)을 지닌 창조주와 인성(人性)을 지닌 피조물과 동격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기독교적 인간관에서 나온 말이거니와, 무신론자, 유물론자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공산주의 유물론자들은 신을 부정한다. 원숭이 같은 미개한 동물이 도구(물질)를 사용하다보니 지능이 발달됐다고 본다. 즉 그들은 사회적 노동을 통해 인간이 됐다고 말한다. 그들이 노동자 계급을 투쟁에 이용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마르크스 유물론자들은 프롤레타리아 전체의 철학에 기반을 두고 신이 없다는 이론이 반드시 실천돼야하므로 신앙의 자유구속, 종교인 탄압, 교회 파괴, 숙청, 처형을 무자비하게 자행해왔다.

인간은 고등동물에서 진화했다고 보기 때문에 종교인이나 교육자나 그 어떤 인격적 존재도 무자비하게 학살해 왔다. 공산당원에 의해 1억 5천만 명이나 학살당했던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존엄한 존재다. 갈릴레이, 데카르트, 스피노자 등의 기계론적 사고방식이 근대 시민혁명의 구호인 자유와 평등사상을 낳았다. 신을 인정한 기계론자들은, 기계란 단독으로 움직이지 못한다고 봤다. 우주도 거대한 기계장치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를 창조한 존재로서 최초의 움직임, 그 에너지의 본체가 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인간과 우주 만물을 존재하게 한 에너지의 본체를 신(神)이라고 명명(命名)한다.

그 창조주, 조물주를 시대와 지역에 따라서 하나님, 하느님, 하늘님, 가미사마, 옥황상제, 천부(天父), 음양(陰陽), 이성성상(二性性相) 등으로 명명(命名)해 일컫는다. 공산주의자들은 기계론적 유물론을 관념론으로 탈바꿈했다고 비판한다. 그들은 운동을 인정하면서도 새로운 질의 출현을 보지 못한다.

헤겔은 우주의 근본을 물질이 아니라 절대정신이라고 했다. 자연과 사회의 모든 현상은 절대정신의 자기전개라고 했다. 정대정신, 즉 신의 자기전개는 새로운 창조로써 신의 섭리를 말한다. 유물론자들은 신이 인간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종교를 가리켜 미신이라고 하면서 신의 종교 대신에 인간의 종교를, 신의 사랑 대신에 인간의 사랑을 강조해왔다.

2011년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의 근본을 알기위해 WMAP(우주배경복사 탐사선, Wilkinson Microwave Anisotropy Probe)이라는 관측위성을 발사해 탐구한 결과 눈에 보이는 태양계와 은하계의 보통물질은 4%,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하는 암흑물질이 23%,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하는 암흑에너지가 73%로 밝혀졌다. 원리적으로 보면 암흑에너지는 신의 본성상(本性相)이고, 암흑물질은 신의 본형상(本形像)으로 이해된다.

■ 종교·과학이 심신의 무지 타개할때

우주 에너지는 성상(性相)과 형상(形像)으로 돼있다고 하는데, 주역에서는 음양(陰陽)을, 그리고 우리의 태극(太極) 역시 삼라만상의 만물이 생겨나는 존재의 근원을 말하고 있다. 음양의 수수작용은 존재하기 위한 힘의 작용을 말한다.

주역(周易)에서는 천지만물의 변화하는 현상을 음양원리(陰陽原理)로 말하는데, 인간의 양심(본심)이라든지, 지정의(知·情·意)가 추구하는 진미성(眞·美·善), 인의예지(仁義禮智) 등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밝히지 못하고 있다. 물질이 선행된다고 보는 공산주의자에게서 이 정신분야는 애당초 기대할 수 없다.

이 지구상에는 크게 잡아서 인간이 신을 명명했다는 부류와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는 두 부류가 있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고 믿는 자유민주주의 인류는 원래 부여받은 신성(神性)으로 인해서 인간의 존엄성이 세계 인류의 보편성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고등동물이 진화해 인간이 됐다고 믿는 공산주의자들은 인간은 원래 물질(동물)이었다고 믿는 그 수성(獸性)으로 인해서 투쟁 밖에 모른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게 될 때 지금 대한민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사회현상을 분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것은 사물인식의 척도로서의 교범(敎範)이 되기 때문이다.


*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