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임신중절(낙태) 전면 금지는 헌법불합치라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11일 산부인과 의사 A씨가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낙태를 죄로 보고 처벌하도록 한 형법 269조 1항(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과 270조 1항(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나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 심판 대상이었다. 헌재는 2012년엔 9명의 재판관 중 8명이 참석한 가운데 4(합헌)대 4(위헌)로 맞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7년이 지나 헌재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다만 낙태죄 규정을 곧바로 폐지해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기한까지 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낙태죄 규정은 폐지된다.

이번 헌재 결정은 최근 여성단체 및 일반 시민들까지도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취지에서 낙태죄 '폐지' 목소리를 높아진 현실을 반영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면서도 당장 낙태를 전면 허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점을 고려, 국회에 입법을 촉구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사실 헌재도 세계적으로도 위험성이 없는 임신 초기에는 낙태를 인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처럼 낙태 수술을 시술한 의료진을 처벌하도록 유지하고 불법으로 규정한다면 낙태는 점점 음성화하고 부작용 피해만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향후 입법과정에서 모자보건법 14조에 우선적으로 추가해야 할 조항은 산모의 자기결정권을 우선시하고 제한적으로 임신 12주 이전에는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삭제 대상으로 논란이 되는 조문으로는 모자보건법 14조는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優生學的)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인공임신 중절수술을 허용하고 있다'이다. 현행 모자보건법이 일본의 우생보호법을 차용해 만들다보니 46년이나 지난 지금 의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정돼야 할 것이 많다. 산모와 배우자를 중심으로 한 낙태 허용 사유보다 태아와 관련한 사유가 추가돼야 한다.

임신 24주라는 허용기준은 24주 만에 출생한 신생아도 치료가 가능한 현재 실정과 맞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25개국은 낙태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음을 참고할 만하다. 헌재 결정이 새로운 갈등의 시작이 아니기 위해선 국회와 정부, 의료계, 시민사회단체의 합리적 의견 수렴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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