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지빈의 재발견과 홍종현의 新 캐릭터 흥미로워

▲ 영화 다시, 봄 포스터. 사진=26컴퍼니

[일간투데이 최유진 기자] 보통 영화의 스토리가 큰 주제 하나를 두고 기승전결로 흘러간다면 '다시, 봄'은 큰 사건도 기승전결도 정의를 내릴 수 없었다.

'다시, 봄'은 시간 리와인드를 주제로 한 영화로 주인공 은조(이청아 분)가 자살 시도에 실패하며 자고 일어나면 하루씩 과거로 돌아간다.

영화의 처음 시작은 은조의 딸 예은(박소이 분)의 죽음이 가장 큰 화두다. 은조는 예은의 죽음으로 생을 비관하고 자살을 시도했고 과거로 돌아가면서 예은을 죽인 치매 노인에 살해를 시도한다.

하루씩 과거로 가 딸이 죽던 날을 살게 된 은조는 예은을 살려내며 살인이 아니라 사고였음을 알게 된다. 본래 영화는 이만큼의 큰 주제로 탄탄하게 시나리오를 구성해 90분 이상의 러닝타임을 만들어내지만 '다시, 봄'은 파생된 사건들은 이후에도 줄줄 파생시킨다.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이해하기 어렵고 난감한 전개에 저절로 '이 영화 언제 끝나?'라는 짜증을 유발했다.

영화 다시, 봄 스틸 컷. 사진=26컴퍼니



영화 '다시, 봄'의 가장 큰 문제는 메시지에 있다. 극중 예은을 죽인 것으로 오해받은 치매 노인의 아들 호민(홍종현 분)은 은조가 처음 자살시도하는 곳에 함께 있었다. 병원에서 죽음의 문턱에 선 호민은 은조에게 "내가 당신을 알아볼 때까지 기다려줘요"라는 알 수 없는 대사를 던진다.

이 대사는 결국 결말과 관련이 있었지만 극 중반에 많은 사건들이 겹쳐지며 대사의 파급력이 흐려졌다. 게다가 결말과 관련이 있을 뿐 결말을 만들어내기 위한 대사라고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렇듯 영화는 너무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매 순간 후회하지 않게 최선을 다 하라던가 섣부른 오해로 타인을 판단하지 말라 등 교훈을 주고자 하지만 선택과 집중이 흐려지는 탓에 결국 영화관을 나서는 관객들은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 지도 잊어버리게 된다.


장면 연출에 있어서 영화 '다시, 봄'은 뛰어난 감각을 보여줬다. 너무 과해 엉성해진 스토리에도 화가 날 만큼의 지루함을 받지 않았던 건 앵글을 다양하게 활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극 초반에 등장하는 한강 다리 배경의 영상이 거꾸로 뒤집어져 있고 이후 다시 되돌아오며 영화 흐름의 복선을 담아냈다.

대사나 사건보다 화면으로 전하는 복선이 한편으론 노골적이었지만 또 감각적으로 표현됐다. 영화 제목이 '다시, 봄'이지만 주로 여름이 배경이 된 점도 흥미로웠다. 감독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여름에서 봄으로 가기 위해서는 가을과 겨울을 살거나 과거로 돌아가는 두 가지 방법뿐이다.

극중 은조는 여름에서 봄으로 가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지만 호민은 힘든 가을과 겨울을 살아내는 순방향을 선택하고 결국 은조 역시 시간순인 삶을 원하게 된다.

영화 다시, 봄 스틸 컷. 사진=26컴퍼니



은조의 거꾸로 가는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 배우 박지빈을 넣은 것 역시 흥미로웠다. 영화 '다시, 봄'은 박지빈을 재발견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지빈은 등장 첫 장면부터 말투와 몸짓으로 은조보다 먼저 과거로 돌아가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은조의 시간이 거꾸로 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관객은 이질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물론 스토리상 다시 되돌아오는데 죽음과 우주의 원리를 부정확하게 인용한 것에는 또 한 번 관객을 당황스럽게 만들었지만 박지빈이 배우로서 이 부분을 너무 잘 소화했다. 또한 아역 배우의 인식이 강했던 과거와 달리 온전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며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자극했다.

힐링보다 킬링 타임을 선사한 영화 '다시, 봄'은 오는 1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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