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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연의 법고창신] '전리품' 된 공기업
  • 황종택 주필
  • 승인 2019.04.14 15:19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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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은 모름지기 주민 세금의 가치를 무겁게 여겨야 한다. 공기업 종사자들이 스스로 분수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 절제다. 절제란 검소하고 간편하며 절약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고 경제적 이득을 도모해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데 있다. 절제하지 못하면 불필요한 낭비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초래한다. 또 있다. 자신은 물론 측근의 부패를 막아야 한다. 세금으로 이뤄진 공공재산과 주변 사람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는 뜻이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우리 공기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역진(逆進)이다. 공기업 부채 상황이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무려 645조여원에 이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0%쯤 된다. 고령인구 증가 등으로 본격적인 복지지출 확대가 이제 시작 단계인 시점에 벌써 이런 수준이 된 것은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한 일이다.

■11조 순이익이 1년 사이 적자 전환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기업 개혁이 핵심 정책 화두로 등장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런데도 공기업의 경영구조 개혁은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수천억~수조원의 수익을 내오던 공기업들이 작년에 대거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 한국전력 강원랜드 등 국내 16개 시장형 공기업은 작년 1조 1천125억원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새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만 해도 이들 공기업 순이익은 총 10조 9천78억원에 달했다. 2년간 순이익이 12조 203억원 급감한 것이다.

우려스런 일은 16개 시장형 공기업 중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8곳은 작년 대규모 적자를 냈다고 공시했다는 사실이다. 2017년 흑자에서 지난해 손실로 전환한 곳은 6곳이었다. 지난해 조금이나마 이익이 늘어난 곳은 한국가스공사 등 4곳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부채 감축과 방만경영 개선, 생산성·효율성 향상을 위한 공기업 개혁이 시급하다. 한데 공기업 노조가 개혁의 걸림돌이다. '귀족노조'라는 비판을 받는 이들의 주장이기에 설득력이 없다. 적자임에도 분에 넘치는 급여와 복지 혜택 등으로 적자 누적액을 키웠고 개혁 대상으로 전락했음을 직시해야 한다.

'논어'는 이렇게 경책한다. "군자는 잘못된 원인과 책임을 자기에게서 찾으려 하는데, 소인은 반드시 남의 탓으로 덮어씌우려 한다(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

그렇다. 잘못의 원인을 개인이든 집단이든 자기자신에게서 찾으면 반성하고 겸허하기에 다시는 잘못을 일으킬 까닭이 없지만, 책임을 남에게 돌리려는 측은 반성이 없기에 언제까지도 고쳐질 수 없다.

■전문성 결여 '낙하산 인사' 등 문제

공기업의 문제점이 노조에게만 있는 것인가. 아니다. 인사권자인 정부 책임이 크다고 하겠다. '낙하산인사'는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된 지 오래다. 전문성이 없는 인사가 단지 대선 캠프에 몸담았다는 이유 하나로 사장과 감사 등 요직에 배치되는 게 현실이다. '정통성'이 없는 이들이 노조와 밀약하고 눈을 질끈 감는 순간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은 엉뚱한 사업이나 포만감에 젖은 공기업 노조의 배를 불리는 데 쓰이게 된다.

외부에서 새로운 인재를 발탁한다는 명분 아래 '낙하산'들을 많은 연봉과 높은 지위를 주는 등 파격인사를 하면 조직원들의 소외감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생산성이 담보될 리 만무하다. 외부인사라도 꼭 필요한 인물이 아니라면 가급적 삼가야 하는 이유이다. 충성심 뛰어난 자기사람을 심겠다고 무리하지 말라는 충언은 적지 않다.

'맹자'는 또 '정의롭게 벼슬을 해야 덕 있는 관리가 된다(義爵德吏)'며 이렇게 강조했다. "조정에선 벼슬자리가 제일이고 위계질서 엄격해도 정의는 못 이긴다. 세상을 다스림에 덕만 한 게 없다(朝廷上下莫如爵 序列位階不勝義 濟世養民莫若仁)."

공기업 임직원들은 공익증진을 우선시해야 한다. 사익 추구에 매몰된 행태는 국민 배신이자 범죄행위임을 인식하길 바란다. 고명사의(顧名思義)! 자신의 명예로운 이름을 돌아보며 의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명예를 더럽혀서야 어디 되겠는가.

물론 문재인정부가 전임정부와 다르다면, 공기업은 '전리품'이 아니라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한비자'는 권유한다. "세상이 변하면 만사가 달라져야 한다(世異則事異)!"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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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 주필 resembletree@dtoday.co.kr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전문위원, 전 세계일보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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