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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 칼럼] 중앙·지방정부의 포퓰리즘
  • 황종택 주필
  • 승인 2019.04.21 15:18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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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반세기 연륜이 쌓인 지방자치. 풀뿌리 민주주의가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민투표법 같은 각종 주민참여제도가 도입됐고, 자치·분권 의식이 향상되는 등 지방자치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각 자치단체가 지역 여건에 맞고 주민이 원하는 발전계획을 추진하면서 행정의 다양성도 구현됐다.

부작용 등 아쉬움도 작지 않다. 빛에 못잖게 그늘도 짙다. 선거를 통해 유지되는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오히려 시민들을 권력의 주인 자리에서 내몰고 있는 경우가 벌어지곤 한다. 주민 위주 행정을 펼치겠다고 다짐하던 단체장은 주민 복리를 무시한 채 마치 '지역 대통령'인 것처럼, 지방의원은 '국회의원'인 것처럼 착각하고 행동하는 사례가 적잖다. 완장의 맛에 취한 탓이다.

■여당 선심예산·지자체 현금살포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도 문제다.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자체는 현금복지, 여당은 선심예산 등 혈세 낭비가 극심하다. 예컨대 경기 안산시가 재산·소득에 관계없이 지역의 모든 대학생을 대상으로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전북 부안군과 강원 화천군이 신입생 등을 대상으로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지만, 안산시의 반값 등록금은 대상과 예산이 훨씬 많다. 지원 대상은 안산시에 가족과 함께 1년 이상 주민등록을 둔 대학생으로, 약 2만명이다. 한 해 소요 예산은 335억원으로 잡고 있다. 정책의 목표나 효과는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시행되는 '현금복지 포퓰리즘'이다.

충북 제천에서는 전국 최초로 대학생 버스요금 할인을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섰다. 제천 소재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에게 시내버스 기본요금을 30% 이하로 할인해 준다는 것이다. 이 역시 세금으로 지원된다. 전남 곡성군은 이달부터 무주택 청년에게 월 20만원씩 1년간 최대 240만원을 나눠주는 취업자 주거비 지원 사업을 벌인다. 곡성군의 재정자립도는 16.7%에 불과하다. 현금복지에 대해 지자체는 인구가 줄면 정부의 지방교부금도 줄어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방자치단체의 현금복지 경쟁은 돌림병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해 17개 광역지자체가 신설한 복지사업은 총 930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현금이나 지역화폐를 직접 주는 방식이 67.7%에 이른다. 여기에 들어갈 예산이 4천300억원이나 되는데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 마련된 사업은 드물다. 현금 살포 식 복지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시행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복지천국으로 알려진 북유럽 국가들도 재정난 탓에 현금복지를 축소하고 직업교육 강화 등 일하는 복지로 전환하고 있다. 현금성 복지정책은 한번 시작하면 뒤집기 어려워 두고두고 재정의 발목을 잡는다. 중앙정부와 집권당은 이 같은 지자체의 복지 포퓰리즘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내년 4·15 총선을 앞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그제 마무리한 전국 순회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요청받은 지역개발사업 규모는 무려 134조 3천497억원에 이른다. 선거가 다가온다고 해서 국민 세금을 이렇게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혈세 절약 '작고 효율적 조직' 마땅

어디 이뿐인가. '묻지 마 공무원 증원'에 목을 매는 단체장들이 적잖아 재정이 거덜 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다.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가 올해 증원한 공무원 수가 작년의 22배를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 정책에 편승해 공무원을 대폭 늘리려는 지방자치단체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문재인정부가 '큰 정부'를 지향하면서 지방까지 악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공무원 17만 4천명 확충과 맞물려 지자체에서도 묻지 마 증원 행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당장 지방직 공무원 급여로 쓰기 위해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보내는 지방교부세만 작년 처음으로 4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 46조원까지 늘었다. 중앙이든 지자체든 '작고 효율적인 조직'을 통해 국민 세금을 아끼고, 주민 삶의 질 제고에 힘쓸 때다.

"절약한다는 것은 한계를 두어 억제한다는 것이다. 한계를 두어 억제하는 데 반드시 법식이 있어야 한다. 법식은 씀씀이를 아끼는 근본이다."

청백리의 표상 다산 정약용 선생이 200여년을 뛰어넘어 오늘 우리 위정자, 특히 지방관리들에게 주는 가르침이다. 공복으로서 지방관리의 책무를 일깨우는 당부의 말이다.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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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 주필 resembletree@dtoday.co.kr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전문위원, 전 세계일보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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