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가 열리고 나서도 한국당 위원들은 김성태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당내 전·현직 유력인사들의 자녀, 보좌진 출신들이 다수 과거 KT 채용 비리 의혹에 연루된 탓인지 여당 위원들이 이번 화재의 원인(遠因)으로 KT 경영진의 인사 난맥상을 지적하는 언급만 해도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이런 여·야간의 대치 상황을 잘 활용하는 듯 황창규 KT 회장은 이날 갖가지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단적으로 정치권 인사와 고위 군·경찰·공무원 출신 등을 영입해 정·관계 로비에 활용했다는 '경영고문단' 의혹에 대해서도 회장인 자신이 결정권자임이 운영 지침상 규정돼 있는데도 휘하 '부문장'이 했다고 발뺌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아현국사 화재 이후에도 (화재 위험이 있는) 통신주·맨홀 관리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말을 한 뒤에 "5G(5세대 이동통신) 한다고만 하지 말고 이런 부분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짚자 황 회장은 "의원님 말씀을 무겁게 받아 들인다"고 말할 뿐이었다.
황 회장은 이후 여·야 의원들의 계속된 질의에도 "보고받은 바 없다", "담당자와 의논해보겠다", "심려끼쳐 송구스럽다"며 책임을 회피하거나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는 등 고구마 몇 개는 집어삼킨 답답함을 안겼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고받은 게 없고 아는 게 없다는 답변이 90%가 된다"고 꼬집었다.
또한 지난해 아현화재 발생에도 불구하고 경영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아 지급된 성과급 3억을 노웅래 과기방통위원장까지 나서서 반납하라고 촉구해도 "개인적인 일"이라며 얼버무렸다.
역대급 통신대란이 발생했는데도 아는 것도 없고 보고 받은 것도 없고 잘못을 시정하지도 않으면서 거액의 성과급을 챙기는 사람이 언필칭 글로벌 5G 선도기업이라는 KT 수장 자리에 계속 있는 이유를 모르겠는 이상한 청문회였다.
이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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