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부문 규제개혁이 시급하다. 금융은 경제에서 인체의 피와 같은 존재다. 그러나 우리의 금융 시스템은 경색돼 있다. 신규 진입이 활발히 이뤄지지 못하면 금융회사들의 과점이익이 안정적으로 보장돼 혁신 추구보다 현실 안주 현상을 보이게 마련이다.

실제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제한) 규제 완화로 제3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속도가 붙는 가 했더니 대주주(한도초과보유주주) 적격성 심사에 걸려 제자리걸음이다. 예컨대 케이뱅크는 KT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됐으며 카카오뱅크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인터넷은행 1·2호모두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은산분리 규정으로 인해 보통주 지분 10.00%를 들고 있는 KT는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되겠다며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지만 금융위원회는 최근 돌연 심사절차를 중단했다. KT가 정부 입찰에 담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게 이유다. 대주주는 최근 5년간 부실금융기관의 최대주주가 아니고 금융 관련 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KT는 지난 25일 5천900억원 규모의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34%로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곳간이 바닥난 케이뱅크는 대출상품 판매를 재개할 예정이었으나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카카오뱅크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지만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에 고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당국에 계열사 현황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벌금형에 약속 기소돼 정식 재판을 받고 있어서다.

이처럼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모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은산분리라는 규제를 풀고 보니 또 다른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는 금융권 전체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할 것"이라고 활성화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19세기 말 영국의 '붉은 깃발법'을 인용하며, 혁신 성장에는 속도와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은 마차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깃발을 흔들어 자동차 속도를 마차에 맞추는 깃발법을 만들었다. 이로 인해 영국은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을 독일과 미국에 빼앗긴 뼈아픈 교훈을 지니고 있음을 환기시킨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은 금융 분야와 신산업의 혁신성장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성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국회가 나서서 입법으로 뒷받침해 줘야 한다. 제때 규제혁신을 이뤄야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