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52시간·워라밸 등 맞물려
업무에 로봇 활용 'RPA' 도입 확산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업무 프로세스를 사람이 아닌 소프트웨어 로봇이 수행하도록 자동화하는 기술인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가 분야를 막론하고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RPA는 전 세계 산업을 통틀어 더 이상 낯선 시스템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삼성과 LG, 신세계 등 다양한 기업에서 RPA를 업무에 도입하거나 자체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주 52시간'과 '워라밸' 문화와 맞물려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모양새다. 짧아진 근무 시간 내에서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기업에게 하나의 숙제가 됐기 때문.

가트너는 지난해 매출 10억 달러 이상 기업의 60%가 RPA를 도입했고, 오는 2022년에는 대기업의 85%가 RPA를 도입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 RPA 소프트웨어 시장도 2017년 6억8천만달러에서 2022년 24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STEC(케이에스텍)은 신세계 인터내셔날에 이어 신세계 백화점에 RPA프로젝트를 착수했다. 신세계 그룹 내 패션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그룹사 중 최초로 RPA 시스템을 도입했다. 적용 업무는 거래처와의 정산 업무, 엑셀 작업 후 메일 발송 등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측은 RPA 시스템 시범 적용 후 업무시간이 70%가량 줄어든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다른 기업보다 더 짧은 '주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신세계의 근로 복지에는 RPA가 가장 부합하는 솔루션이라는 것이 KSTEC의 설명이다.

이에 힘입어 KSTEC는 지난달부터 신세계백화점에도 RPA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대상 업무는 판매 금액 확인, 매출금액 입력 등이다. 올해 안에 안정화 작업까지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삼성도 삼성전자와 삼성 SDS 등에 지난해부터 RPA 솔루션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1천여개의 업무 자동화를 진행해 전사적으로 RPA를 확산할 계획이다. 삼성SDS는 기존 RPA보다 더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는 대화형 AI(인공지능)인 '브리티웍스'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LG CNS는 지난해 외국에서 사서 쓰던 ERP대신 자체 개발한 EAP(Enterprise Application Platform)를 도입해 매출과 비용 정산 작업, 송장 입력 시스템, 보험 청구서 작성 분야 등에 이용하고 있다. EAP는 기존 ERP시스템의 핵심 기능과 AI,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등 첨단기술을 결합한 지능형 기업 플랫폼이다. 이를 위해 LG CNS는 지난해 1월부터 'RPA TF(태스크포스)'를 꾸려 기업 전체에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RPA는 문서 생성 및 전송, 데이터 계산, 이메일 등 단순 반복 업무를 줄여준다. 복수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은 RPA 도입을 통해 10~25%가량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같은 비용 절감 효과가 인건비 축소에서 발생하며, RPA 도입이 곧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RPA 업계에선 이는 지나친 걱정이라는 입장이다. 국내 최다 RPA 레퍼런스를 보유한 그리드원의 김계관 대표는 "당사의 RPA를 도입한 회사들 중 직원 수를 줄인 업체는 없었다"며 "RPA가 인간의 일자리를 줄인다는 의견이 많지만 이는 원래 기계가 해야 하는 일을 그동안 사람이 해왔을 뿐 단순 업무가 자동화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RPA를 개발하는 기업들은 사람과 머신이 결합된 영역, 즉 원 팀(one team)처럼 사람이 할 수 있는 일과 자동화를 함께 서비스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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