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는 좀 더 정밀한 정책 수립과 시행을 해야 한다. 전국 버스노조가 15일 예고했던 총파업을 철회 또는 유보하기로 결정하면서 출근길 최악의 버스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 지방자치단체가 합의한 '국민교통복지 향상을 위한 버스 분야 발전방안'을 보면 국민들은 결국 '요금 인상'과 '세금 투입'이라는 이중 부담을 지게 됐다. '버스 파업'을 막기 위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미봉책에 국민들만 피해를 보게 된 셈이다. 정부가 주 52시간제를 강하게 밀어붙이다가 부작용이 발생했음에도 그 부담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왔다. 국가가 똑같은 공공서비스를 더 많은 돈을 내고 쓰도록 바꿔놓은 것이라는 비판 여론이 거센 이유다.

이번 '버스 사태'를 복기(復碁)해 보자. 집단 반발의 진원지는 국민의 삶의 질 제고라는 명분 아래, 버스기사들의 임금 감소를 부른 주 52시간 근무제다. 오는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 근무일수가 줄어 월 임금이 많게는 80만원 안팎 준다. 임금이 삭감되지 않도록 기본급을 올려 보전해 달라는 것이 기사들의 요구다. 하지만 업체들은 기사들의 요구를 수용할 여력이 없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 52시간 근무제가 노선버스에 모두 적용되면 1만 5천720여명의 버스기사가 추가로 필요하다. 여기에 들어가는 인건비는 7천381억원으로 추산된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지탄받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셈이다. 국토부는 해결 방안의 하나로 지자체에 버스요금 인상을 권고했다. 자칫 애먼 국민이 주 52시간 근무제의 비용을 대신 내야 할 판이다. 문제는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같은 반시장 정책의 폐해가 버스업계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3명 중 1명이 최근 1년 새 휴업이나 폐업을 고려했다고 한다. 77%는 올 들어 매출이 줄었다고 응답했으니 주 52시간 근무제의 후유증이 각 분야에 '광풍(狂風)'처럼 몰아칠 게 불 보듯 훤하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탁상공론식' 정책은 이뿐만 아니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포장에 싸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다. 일자리 감소와 기업 부담으로 돌아와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2020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노동생산성 증가율보다 높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나섰겠는가.

지난해 2월 IMF 이사회는 2018년 연례협의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는 최저임금 추가 인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한국의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올해 최저임금을 10.9% 인상하자 '노동생산성'이라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IMF의 권고대로라면 지난해 최저임금을 16.4%가 아닌 4%가량 올리는 게 바람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2016년 시간당 32.9달러에서 2017년 34.3달러로 4.2% 증가했다. 기업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정책 방향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잘못된 걸 바꾸는 것도 용기다. 정책기조의 시급한 전환을 촉구한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