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부분만 봐서는 앞으로 나갈 수 없어"

▲ 영화 '어린의뢰인' 정엽을 연기한 배우 이동휘. 사진=화이브라더스

[일간투데이 최유진 기자] "'어린의뢰인'을 찍기 전에도 홍보 과정에서도 계속해서 영화보다 더 마음 아픈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어떤 배우도 정의로운 역할 맡고 싶겠지만 이번 작품은 개인의 성취보다는 사회에 같이 질문 던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 선택하게 됐다."

영화 '어린의뢰인'에서 학대받는 아이의 유일한 기댈 곳인 어른 정엽 역의 배우 이동휘와 지난 9일 삼청동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영화 '극한직업', 드라마 '응답하라 1988'를 통해 얼굴을 알린 이동휘는 상당히 진지하고 차분한 배우였다. 어떤 의견에도 시원한 미소로 배려해 줄 것 같은 그가 아동범죄에 관련해서는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어린의뢰인' 속 학대받는 아이들을 왠지 이동휘라면 반드시 지켜 줄 것 같다는 신뢰와 믿음이 생겼다.

그는 "정엽을 연기하면서 나와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며 "지나가면서 했던 사소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 아이가 죽음에 이르러 죄책감을 갖는 게 너무 와닿았다."고 역할을 설명했다.

영화 '어린의뢰인' 이동휘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극중 아이들과 함께하는 현장이 많았던 이동휘는 촬영 당시를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고 명명했다.

"나는 연기를 왜 하고 싶은 것일까 고민하던 시기에 만난 작품이었다. 아이들 보면서 카메라 앞에 섰을 때 처음 느꼈던 설렘과 떨림이 떠올랐다. 작품에 대한 부담감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마음으로 연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깨달음이 있었다."

이동휘는 함께 호흡 맞춘 아역 최명빈(극중 다빈), 이주원(극중 민준) 배우에 대해 "감히 평가하기 조심스러울 정도로 훌륭한 배우들이었다"며 "오히려 내가 의지하면서 촬영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체력도 너무 좋더라"며 "끝없이 이어지는 넌센스 같은 질문들 속에서 많이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동휘는 '어린의뢰인'에서 계모 지숙을 연기한 배우 유선과의 호흡에 감사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선배님은 학창시절 스크린에서 보던 모습이 뇌리에 박혀 있었다"며 "작품 선택 방향성에 대해서도 영향 많이 받았다. 선배님 없으셨으면 영화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칠곡 계모 살인사건에서 비롯된 영화 '어린의뢰인'은 단지 실화만이 아닌 아동학대가 일어나는 다수의 사회적 문제들을 지적한다.

이동휘는 "아이 키우는 지인들이 시사회 후 단지 아동 학대 문제가 아니라 내가 지금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 됐다고 말하더라"며 "영화를 보고 법이 굴러가듯 서로 떠넘기는 부분 있었을 것 같다는 것 깨달았다는 말 들었을 때 뭉클했다"고 영화가 담고 있는 가치에 대해 말했다.

영화 '어린의뢰인' 정엽을 연기한 배우 이동휘. 사진=화이브라더스

그는 "절대적으로 벌어지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동 범죄에 있어서 예외적으로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단호하게 입장을 밝혔다.

본래 아동 범죄에 대해 관심이 있었냐는 질문에 이동휘는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는 게 사건 사고는 거의 매일 터져나온다"며 "어떻게 마음이 안 아플 수가 있을까?"라고 답했다.

'어린의뢰인'을 연출한 장규성 감독은 극중 배우 이동휘의 입을 빌려 관객들에게 "엄마란 어떤 느낌인가"에 대해 질문한다. 이에 이동휘는 "엄마는 잠들기 전에 포근하게 덮는 이불 같은 느낌인 것 같다"며 "자고 있으면 부모님께서 이불 덮어주시던 기억이 따뜻하게 남아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끝으로 이동휘는 "늘 밝은 부분만 봐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어린의뢰인'을 보신 관객분들께서 어둠과 마주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마음 가질 수 있는 시간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한편 믿고 보는 배우 이동휘 주연의 영화 '어린의뢰인'은 오는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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