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성 감독의 불안한 목소리로 전개되는 작품

▲ 영화 '어린의뢰인' 포스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일간투데이 최유진 기자] 배우 이동휘, 유선 주연의 영화 '어린의뢰인'은 실제 칠곡에서 일어난 계모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장규성 감독은 '선생 김봉두', '여선생vs여제자' 등 코미디 장르의 작품을 다수 제작한 연출자다.

영화 '어린의뢰인'은 어린아이들의 웃음으로 시작된다. 기억나지 않는 엄마의 얼굴을 그리며 다빈(최명빈 분)과 민준(이주원 분)은 외롭게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그들에게 어느 날 엄마(유선 분)가 생긴다.

극은 생각했던 대로 계모의 학대와 아이의 죽음으로 흘러갔다. 대부분 무거운 사건을 다루는 영화는 어른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거나 사건에만 입각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 '어린의뢰인' 장규성 감독은 이 부분에서 관객의 시선을 학대가 아닌 아이들의 상황과 현실에 집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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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이와 민준이는 학대당하는 와중 여러 기관을 찾아 어른들에게 도움을 구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안쓰럽지만 본인들의 현실을 핑계로 아이들을 외면한다. 그 대표에 서있는 인물이 정엽(이동휘 분)이다. 감독은 극을 통해 폭력을 모르는 척하는 모든 어른들에게 죄를 묻는다.

영화 '어린의뢰인'의 또 한가지 재밌는 점은 폭력적인 장면이 생각보다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계모 지숙(유선 분)은 아이들을 때리기 전 머리를 묶어 학대 현장을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장규성 감독은 "내가 개인적으로 잔인하고 폭력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공감하는 관객들이 많을 것"이라며 "지금 수위도 내가 원했던 것보다 과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11년도에 개봉한 영화 '도가니'의 경우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성폭력 등 아이를 학대하는 장면이 과하게 등장해 오히려 관객들의 분노를 유발한다는 악평을 받기도 했다. 그 점에 있어서 영화 '어린의뢰인'은 수위 조절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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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린의뢰인'의 볼거리 중 하나는 이동휘, 유선 배우의 변신이다. 유선은 현재 방영 중인 KBS2 주말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딸'을 통해 밝고 유쾌한 강미선을 연기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유선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섬뜩하고 뻔뻔한 표정의 계모 지숙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영화 '극한직업'과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통해 대중에게 코믹한 이미지를 보여줬던 이동휘는 죄책감에 무너지는 변호사 정엽을 연기했다. 진지함과 가벼움을 자유자재로 오고가는 이동휘의 연기에 관객은 영화가 현실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의식주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문화는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화 '어린의뢰인'에는 어른들의 무관심이 아이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감독의 불안한 목소리로 전달된다. 실제로 장규성 감독은 영화를 촬영하면서도 아이들의 마음이 다칠까 봐 전문가를 통해 아역 배우들의 심리 상담을 수시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아이들의 스트레스와 상처를 무시하며 아동학대 문제를 지적하려고 했다면 작품은 관객에게 자극적인 재미를 줄 수 있었겠지만 영화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잃었을 것이다. '어린의뢰인'은 작품 스스로 작품을 통해 지적하고자 하는 문제의 해법을 담아 영화라는 문화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전했다.

어른이라면 아이들의 아픔과 상처에 안절부절하며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자신의 이익보다는 어려 약한 이들의 편에 먼저 서 있어야 한다는 걸 영화 '어린의뢰인'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결과물로 몸소 메시지를 전달했다.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이 어떤 대화를 나누고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된다.

한편 이동휘, 유선 배우의 열연으로 완성된 영화 '어린의뢰인'은 오는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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