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황종택 주필] 말(言)은 인격이다. 언행심사(言行心思) 곧 말과 행동, 마음, 생각이 바르고 일치되는 사람을 인격자라고 하는 이유다. 그래서 말을 보면 사람의 품격을 알게 한다. 아니 개인의 인격을 넘어 집단의 문화를 상징한다. 말의 생명력이자 상징성이다.

사회지도층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신중하게 해야 한다.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인들이 조심해야 한다. 여야 간에도 할 말, 안 할 말 가려야 한다. 금도(襟度)다.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정조는 말을 조심하라며 “사람은 언어로 한때의 쾌감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나는 미천한 마부에게라도 일찍이 이놈 저놈이라고 부른 적이 없다.”고 가르쳤다.

■정치 혐오 부추기는 잇단 막말

어느 분야든 지도자는 무릇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근래 정치권의 막말 공방이 끝을 모르고 계속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물리적 충돌을 불사하며 '동물 국회'를 재연한 여야가 포스트 패스트트랙 정국에서는 '막말 정치'를 이어가며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수위를 넘나드는 원색적인 표현은 여야 할 것 없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다만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 대여투쟁을 진행 중인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거친 입이 도드라지는 상황이다. 당장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대구 집회에서 "(대통령 특별대담 때 질문자로 나선) KBS 기자가 요새 '문빠', '달창'들에게 공격받았다"고 말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빠', '달창'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를 비하하는 비속어다. 이는 즉각 여성 비하 논란으로도 이어졌다. 한국당 김현아 의원도 16일 문 대통령을 '한센병 환자'에 빗대 논란을 불렀다.

여당인 민주당도 '막말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패스트트랙 대치가 절정에 달한 지난달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독재 통치자들 후예가 독재 타도를 외치고, 헌법을 유린한 사람들 후예가 헌법수호를 외치는 국회를 어떻게 그냥 두고 떠나겠느냐"며 "도둑놈들한테 이 국회를 맡길 수가 있겠냐"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우상호 의원은 같은 날 한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나 원내대표를 향해 "지금 좀 미친 것 같다"고 공격했다.

임기를 1년 정도 남겨놓은 제20대 국회의 '막말 정치'는 비단 거대 양당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대한애국당 조원진 대표가 거친 발언에 가세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전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국회에서 5·18 특별법을 다루지 않고 다시 광주에 내려가겠다고 발표한 것은 거의 사이코패스 수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혀 아래 도끼’ 자신과 상대 죽여

또한 조원진 대표는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애국당 천막이 불법이라며 철거하겠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해 "광화문텐트를 강제철거하려고 시도한다면 광화문광장에 박원순 시장의 단두대를 설치할 것이고 포승줄에 묶인 박원순 시장의 조형물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막말 정치'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둔 지지층 결집 차원이라는 정치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래를 위한 경륜의 정치인이 아닌, 다음 선거만을 위한 정상배의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원들의 막말이 처음은 아니지만 최근의 저질 발언들에는 상대방을 향한 증오가 배어 있다. 갈등 조정 기능을 해야 하는 정치인들이 오히려 선동하고 흥분하는 꼴이다. 참으로 질 낮은 언동들이다. 막말을 칭찬하는 일부 맹목적인 지지층도 반성해야 한다. ‘잘했어’ ‘시원하게 했어’라고 칭찬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정치인들이 저러는 것이다. 증오 섞인 막말은 정치를 혐오스럽게 만들 뿐 아니라 정치의 파급력을 감안할 때 사회의 전반적인 수준을 낮추고 신뢰 자본을 갉아먹는다.

어떠한 경우에도 개인의 자유의사가 억압돼서는 안 된다. ‘남에 대한 험담은 식은 죽 먹기’처럼 쉬울 수 있겠지만 ‘혀 아래 도끼가 들었다’는 격언의 우려대로 자신이 한 말로 인해 이웃과 자신이 죽을 수도 있기에 말을 조심해야 한다. 우리 사회, 우리 정치의 수준을 높여야겠다. 자라나는 미래세대들이 지켜보고 있다. 책임감이 있다면 이럴 순 없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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