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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송문 칼럼] 무시하면 무시당한다선문대 명예교수·시인
  • 일간투데이
  • 승인 2019.05.21 12:16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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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無視)'라는 말은 없을 무(無)자에 볼 시(視)자를 더한 글자다. 보이는 게 없는 것이다. 사전에는 '(존재하고 있어도) 알아주지 않거나 인정하지 않음.' 또는 '알아주지 않거나 업신여김' '존재나 가치를 알아주지 아니함' 등으로 돼있다.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 청와대 주인이 되자 노동자(귀족노조)는 만나면서도 자본가(기업인)는 만나지 않았다. 문 대통령 뿐 아니라 청와대나 여당, 심지어는 경찰이나 검찰까지도 기업인을 무시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유 없는 반 기업정서가 더욱 확산됐다.

문재인 대통령 정부가 노조를 편애하고 반 기업정서로 일관하는 동안에 노조가 마음 놓고 건설사건 국회건 경찰이건 협박하거나 무시하는 나라가 됐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아파트 재건축 건설 현장에서 큰 소동이 벌어진 것도 그 한 예라하겠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근로자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소속 근로자의 출입을 막으면서 양 근로자간에 싸움이 벌어졌다. 공사추진이 시급한 건설회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노조의 협박에 특정근로자를 채용하고 임금도 그들이 강요하는 대로 비싸게 지급할 수밖에 없게 됐다.

■ 노조횡포엔 눈감고 오너비위 엄벌

사업주가 사소한 불법이라도 저지르면 언론이 크게 보도하고 수사기관, 정치권이 총동원된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경우 수많은 압수수색과 소환조사가 이루어진데 반해 노조의 불법행위는 별로 문제시하는 것 같지 않다. 폭력행위로 기업이 근로자 채용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데 정부는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 국가경쟁력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동경쟁력은 조사대상 140개국 중 120위로 최하위권이다. 그래서 법(法)은 '허수아비'라는 말을 듣는다. '노조'라는 까마귀가 그 허수아비〔法〕머리 꼭대기에서 온갖 수작을 다 부려도 이 정부는 방기(放棄)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을 방기하는 것과 문재인 정부가 노조의 횡포를 방기하는 것이 어떤 차이가 있는가.

물 컵을 던지고 괴성을 지른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작은딸에게 경찰은 '특수폭행'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수사를 청구했다. 그러나 작은딸의 행위로 물 컵을 맞은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왜 물 컵을 던졌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구속영장이 기각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물 컵을 던진 작은딸의 사소한 일을 가지고 대한항공 오너일가, 그러니까 그녀의 아버지, 어머니, 언니, 남동생 등 일가족 전원에 대한 일제조사에 들어갔다. 경찰, 검찰, 출입국 당국, 관세청, 교육부, 공정위, 국토부, 복지부 등이 벌떼처럼 나타나서 압수수색을 11차례 하고, 구속영장을 4차례나 청구했다.

그러나 아니면 말고 식이 되고 말았다. 가진 자의 갑질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업고 과도하게 행사하는 공권력은 정상적인 법집행이 아니라 인민재판 같은 폭력이다. 사소한 갑질 폭력도 매스컴이 선동하고, 정부 폭력이 개잡듯이 하며, 노동자 민중의 박수를 받는 식의 세태는 앞날을 불안하게 한다.

■ 문정부 反기업정서 청산해야

앞에서 꺼낸 '무시'라는 말, 그 무시(無視)는 '존재나 가치를 알아주지 아니함' 이라는 말을 간과할 수 없다. 조양호 회장의 딸의 갑질에 대해 분노했지, 조 회장의 가치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양호 회장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위원장'으로서, 2019년 항공업계의 UN회의, IATA연차총회 서울 유치 등 한국 항공업계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라는 점을 간과해 무시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부터 지금까지 노동자만 편애하고 감싸면서, 기업가와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는 사실에 문제가 있다. 기업가를 나중에 만나기는 했어도 그저 부탁할 뿐 기업가들의 호소를 들어주지 않았다. 기업가를 무시한 게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 무시당한 사람들이 무시한 사람을 무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앞으로 반 기업정서를 청산하고 김수환 추기경의 말을 귀담아듣고 국정의 전범(典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도 먼 여행이 무엇이겠느냐는 질문에, 김수환 추기경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바로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여행이지요.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렸습니다.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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