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스릴러에 범죄물·코미디 결합 사회적 메시지, 일상 속 위트로 담아내
20여년 독특한 작품세계 '장르化' 발전
奉 "이번작품 내게 큰 영화적 모험이었다"

▲ 칸 국제 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최유진 기자] 봉준호 감독이 지난 25일 저녁 7시 15분(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열린 제72회 칸 국제 영화제 폐막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해외 언론사들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의 독특한 장르를 통칭해 '봉준호 장르'라고 이름 붙였다.

영화 '기생충'은 칸 국제 영화제에서 공개된 뒤 각국 매체가 발표하는 평점 집계에서 경쟁 부문 진출작 중 최고점을 받으며 수상 기대감을 높였다. 칸 국제 영화제 공식 데일리지인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경쟁작 21편 가운데 최고점인 3.5점(4점 만점)을 부여했다.

또 20개국 기자와 평론가들로 이뤄진 아이온 시네마도 최고점인 4.1점(5점 만점)을 주는 등 다수 매체에서 최상위 평점을 부여한 데 힘입어 영화 '기생충'은 전 세계 192개국에 선판매되며 역대 한국 영화 최다 판매 신기록을 수립했다.

세계적으로 찬사 받은 봉준호의 영화 '기생충'은 스릴러도 범죄물도 코미디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에 있었다. 봉준호 역시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되게 큰 영화적 모험이었다"며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영화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영화 '기생충' 외에도 봉준호의 역대 전작을 살펴보면 독특한 그만의 장르가 있다. 그의 전작들을 통해 봉준호 감독 영화의 특색을 찾아봤다.

1993년 단편 영화 '백색인'을 통해 감독으로 연출과 각본을 시작한 봉준호는 당시 24살 어린 나이였다. 이후 일상생활 속 위트가 돋보인 영화 '플란다스의 개'(2000년 作)로 영화계에 정식 입문하며 시선을 끌었다.

칸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 송강호에게 상을 전해주고 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단편 영화로 데뷔하고 10년 만인 2003년 국내 영화사에서도 찬사를 보낸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봉준호는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배우는 깊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 '살인의 추억'은 5백만 관객 수를 기록하며 각종 언론 매체의 찬사를 받았다. 또한 제40회 대종상영화제를 비롯해 '살인의 추억'으로만 19개 이상의 상을 받아 당시 큰 화제가 됐다.

'살인의 추억' 이후 3년이 지난 2006년 봉준호 감독은 송강호 주연의 영화 '괴물'을 개봉하고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며 처음 프랑스 땅을 밟았다. 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영화 '괴물'은 봉준호가 18년 동안 준비했던 꿈과 같은 작품이었다. 봉준호는 당시 한 매체 인터뷰를 통해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창밖으로 한강 다리에서 괴생물체를 목격했다"며 "영화감독이 되면 꼭 이런 영화를 만들겠다는 꿈이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국내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봉준호는 2008년 다시 한 번 칸의 땅에 발을 디뎠다. 옴니버스 식 영화로 유명 프랑스 감독 레오 카락스와 미셀 공드리가 함께 참여한 영화 '됴쿄!'가 칸 국제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기 때문이다. 또한 2009년 배우 김혜자, 원빈 주연의 영화 '마더'가 다시 한 번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대됐고 2017년 영화 '옥자'로 봉준호는 처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칸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 송강호에게 상을 전해주고 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에서 상을 받기까지 봉준호는 조금씩 탄탄한 기로를 올라오며 봉준호 영화를 세계에 알렸다. 봉준호 영화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음과 동시에 일상적인 웃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플란다스의 개'부터 무려 20년 가까이 그는 흥행과 상관없이 영화가 존재해야 하는 가치를 잃지 않고 있다.

또 봉준호 감독 영화의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메시지에 결말을 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봉을 앞둔 영화 '기생충'은 빈과 부의 격차를 극단적으로 다룬 영화다. 봉준호는 이 영화에서 역시 그 격차가 문제라는 점만 지적할 뿐 결과와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둘 것이다.

봉준호가 한국 영화 최초로 칸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해 영화사(史)에 큰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봉준호의 필모그래피는 여기가 끝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어 앞으로 그가 만들어갈 새로운 역사에 대해 세간의 주목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 영화를 앞장 서 이끌어가는 '봉준호의 영화세계'가 기대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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