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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영 칼럼] '뽕짝'은 우리 고유한 가락의 역사다한보영 문화스포츠 칼럼니스트
  • 일간투데이
  • 승인 2019.05.30 14:28
  • 19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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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Trot)가 '트로트'로 불리는 게 불만이다. TV조선의 '미스트롯'이 대박 나는 바람에 '트로트'가 우리 대중가요의 명칭으로 굳어버릴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때문이다. 서양에선 사교댄스 용어로만 사용될 뿐 연주용어로서 '트로트'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지 않은가.

트로트가 4분의 4박자를 기본으로 한국 대중가요의 한 장르가 된 건 숨길 수 없는 정설이다. 영어로 '빠르게 걷다' '빠른 걸음으로 뛰다' 등의 뜻을 가진 트로트가 연주용어로 굳어진 건 1914년 이후 미국 영국 등에서 사교댄스의 스텝, 그 연주리듬을 일컫는 폭스 트로트(fox trot)가 유행하면서부터라고 알려져 있다.

바로 그 폭스 트로트가 우리 대중가요의 바탕이 된 건 물론이다. 그러니까 한국에 트로트풍의 노래가 도입된 건 1920년대 말 일제강점기. 이미 일본에서 유행되고 있는 '엔카(演歌)'의 영향을 음으로 양으로 받았으리라는 분석도 뒤따르고 있다. 엔카 역시 일본 고유의 민속음악에 서구의 폭스 트로트 리듬이 접목돼 만들어졌다는 게 정설이다.

■ 대중가요 명칭으로 '트로트' 부적합

여기서 지금 새삼 우리 대중가요의 역사를 들먹인 건 '트로트'의 개념을 좀 더 정확히 할 필요가 있어서다. 그건 어디까지나 리듬을 뜻하는 것일 뿐, 우리 대중가요의 명칭으로는 부적합하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함이다. 출발은 '트로트'로 시작했지만 장구한 시간을 거쳐 오는 동안 갖가지 유행하는 세계적 경향의 리듬과 함께 발전해온 우리 대중가요를 '트로트'로 묶어버리는 건 무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트로트'라고 할 바에야 '뽕짝'이라는 명칭이 훨씬 현실적일 수 있다. 한때 내외로부터의 비하 경향으로 가요계 스스로 그 명칭사용을 피해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대중가요에 대한 인식이 전 같지 않다. 시대가 달라졌다는 얘기다.

1960~70년대만 해도 '뽕짝'을 즐기는 세대, 계층이 나눠져 있었다. 다시 말해서 지적세대와 계층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뽕짝'보다 외국 팝이나 재즈, 록 등의 음률에 더 큰 관심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뽕짝'을 즐기는 걸 두고 스스로 유치하다, 그렇게 비하하려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K-팝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이른바 BTS 방탄소년단의 열풍이, 우리 스스로를 자조(自嘲)해온 민족혼을 자긍심으로 벌떡, 일으켜 세우지 않았는가. 바로 그 자긍심에 '뽕짝'이 녹아든 거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제 우리네 정통가요, 이른바 트로트를 유치하게 느끼는 세대와 계층이 허물어졌다는 논리적 근거다. 아니, 댄스곡의 명칭인 '트로트'보다 '뽕짝'을 일본의 '엔카'처럼 우리의 고유한 가락, 정통가요의 명칭으로 부활시키면 어떤가, 제안하는 이유이기도하다.

■ 日은 '엔카', 한국엔 정감있는 '뽕짝'이

그동안 적잖은 관계자, 전문인들 사이에 정통가요의 명칭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정통가요'를 그대로 명칭으로 굳혀버리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중가요'. 심지어 '유행가' '성인가요'라면 어떤가, 구구한 제안이 이어져왔다.

가수 나훈아가 '아리랑 소리'는 어떤가, 제안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호응도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아라리요(謠)'는 어떨까? 하는 제안도 나왔지만 역시 별반 호응을 얻지 못한 듯 여전히 '트로트'로 굳세게 호칭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적절한 대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인 건 물론이다.

굳이 '뽕짝'이 마뜩찮다면 그냥 방치할 게 아니다. 관계자들, 곧 가요계와 언론매체 등이 머리를 맞대고 숙의, 논의해서 통일된 명칭을 정하면 어떨까. 댄스연주곡으로만 남아있는 '트로트'를 계속 우리 정통가요의 명칭으로 사용하는 건 세계화된 대중음악계의 수치로 받아들여질지 걱정스러워서다.

기존의 명칭을 굳히는 작업도 그리 만만하진 않다. 그런대로 가까운 '정통가요' '대중가요' 등을 명칭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하다. 거기에 덧붙여 '민중가요'라는 칭호도 한 번쯤 고려대상일 수 있지만. 여전히 일본의 '엔카'와 같은 느낌이 선뜻 다가오지 않는 이유가 뭘까? 다른, 그럴 듯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은 한 여전히 우리의 머릿속은 그 옛날 천덕꾸러기처럼 여겼던 '뽕짝'이 다정하게 다가오지 않은가.

이제 '뽕짝'은 결코 비하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의 '한'과 더불어 불리어온 고유한 가락의 역사다. 우리나라 오욕의 역사와 더불어 노래해온 이 가락을 우리는 그냥 '트로트'라는 이름으로 계속 불러야할까? 트로트는 4분의 4박자라는 리듬을 뜻하는 명칭일 뿐인데 말이다.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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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쿠 2019-06-05 15:14:56

    트로트를 새롭게 알고 갑니다.
    인기블로그를 보니 '미스 트로트'가 해외 멕시코에서도 인기가 대단한가봅니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jose_jose&logNo=221494650570&referrerCode=0&searchKeyword=%EB%AF%B8%EC%8A%A4%ED%8A%B8%EB%A1%9C%ED%8A%B8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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