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연금 개혁이 시급하다. 머잖아 모든 연금 기금이 고갈되리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럴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야 한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650조 원으로 최대 기금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경우 가입자는 2천만 명이고 수급자는 400만 명 밖에 되지 않기에 기금이 많이 쌓이지만, 저출산 고령화와 낮은 이율 등으로 인한 기금 운영 수익 저조로 소진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5년 전에는 2060년에 소진된다고 검진 결과가 나왔는데 최근엔 3년 앞당겨져 2057년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민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35% 정도에 달하는 금액이다. 기금은 당분간 계속 불어나 2040년대 초반 2천500조원대까지 커지지만, 이후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다가 급격히 쪼그라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소진 시점엔 300조원대에 가까운 적자가 나서 세금으로 메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한데 기금 고갈 대상이 국민연금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 보전 금액이 국가재정에 주는 압박도 여간 큰 게 아니다. 정부는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한 해 수조원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한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만 놓고 보아도 2018년 재정적자를 메운 국고보전금이 4조 3천억 원에 이르렀다.

문제는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에 비해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잇다는 사실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월 300만원 이상 연금을 받는 사람의 수가 '국민연금 0명 vs 공무원연금 12만 3천583명'인 게 잘 보여주고 있다. 더 들여다보자. 국민연금의 경우 월 100만원 미만 받는 사람이 436만 5천608명으로 전체 수급자의 95.1%에 달한다. 국민연금 중에서 그나마 고액인 10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 수급자는 22만 4천25명(4.9%)에 불과하다. 월 2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 받는 사람이 32명 있는데, 비율로 따지면 고작 0.001%에 그친다.

이에 비해 공무원연금은 월 2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 수급자가 39%(19만 3천35명), 300만원 이상∼400만원 미만이 24.1%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400만원 이상 수급자는 4천505명으로서 이 가운데 85명은 월 500만원이 넘는 연금을 받고 있다. 보험료나 가입기간 등이 달라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사학연금 등 다른 직역 연금 간 수급액 차이가 커지고 있는 건 개선해야 할 과제다.

물론 연금 간 절대 비교는 무리가 있다. 공무원연금의 월 보험료율은 17%, 평균 가입기간은 27.1년이며 퇴직연금이 포함돼 있다. 군인연금 보험료율은 14%, 최소 가입기간은 19년6개월이다. 반면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소득의 9%, 평균 가입기간은 17.1년으로 차이가 난다. 그렇다고 지나친 격차는 '국민 복지 형평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연금의 경우 적게 부담하고 제대로 보장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만큼 정부가 국민 설득에 나서고, 군인과 공무원연금도 국민세금으로 주는 국보보조금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 단계적으로 연금 간 격차를 줄여 통합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정부와 학계 등이 나서야 할 때라고 본다. 이대로 방치하면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 보전금은 '미래세대를 억누르는 가장 큰 암 덩어리'가 되고, 국민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게 불 보듯 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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