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데 기금 고갈 대상이 국민연금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 보전 금액이 국가재정에 주는 압박도 여간 큰 게 아니다. 정부는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한 해 수조원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한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만 놓고 보아도 2018년 재정적자를 메운 국고보전금이 4조 3천억 원에 이르렀다.
문제는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에 비해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잇다는 사실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월 300만원 이상 연금을 받는 사람의 수가 '국민연금 0명 vs 공무원연금 12만 3천583명'인 게 잘 보여주고 있다. 더 들여다보자. 국민연금의 경우 월 100만원 미만 받는 사람이 436만 5천608명으로 전체 수급자의 95.1%에 달한다. 국민연금 중에서 그나마 고액인 10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 수급자는 22만 4천25명(4.9%)에 불과하다. 월 2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 받는 사람이 32명 있는데, 비율로 따지면 고작 0.001%에 그친다.
이에 비해 공무원연금은 월 2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 수급자가 39%(19만 3천35명), 300만원 이상∼400만원 미만이 24.1%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400만원 이상 수급자는 4천505명으로서 이 가운데 85명은 월 500만원이 넘는 연금을 받고 있다. 보험료나 가입기간 등이 달라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사학연금 등 다른 직역 연금 간 수급액 차이가 커지고 있는 건 개선해야 할 과제다.
물론 연금 간 절대 비교는 무리가 있다. 공무원연금의 월 보험료율은 17%, 평균 가입기간은 27.1년이며 퇴직연금이 포함돼 있다. 군인연금 보험료율은 14%, 최소 가입기간은 19년6개월이다. 반면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소득의 9%, 평균 가입기간은 17.1년으로 차이가 난다. 그렇다고 지나친 격차는 '국민 복지 형평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연금의 경우 적게 부담하고 제대로 보장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만큼 정부가 국민 설득에 나서고, 군인과 공무원연금도 국민세금으로 주는 국보보조금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 단계적으로 연금 간 격차를 줄여 통합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정부와 학계 등이 나서야 할 때라고 본다. 이대로 방치하면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 보전금은 '미래세대를 억누르는 가장 큰 암 덩어리'가 되고, 국민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게 불 보듯 훤하다.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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