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인 빈부(貧富)격차를 다룬다. 영화 시작과 함께 나오는 가난한 집은 반지하방 살이를 한다. 이런저런 자영업을 했다가 빚에 쪼들려 반 지하방으로 내몰린 그들은 변변한 직업도 없기에 현대 생활의 기본인 통신도 남의 집 와이파이에 빌붙어 살아간다. 볕 한 자락 제대로 들지 않는 반지하방은 그들에게 희망이 없음을 상징하는 듯하다.
이에 반해 글로벌 기업 CEO(최고경영인)인 박 사장네 집은 위로는 따사로운 햇살이 쏟아 내리고, 앞에는 널따랗고 푸른 잔디밭이 펼쳐져 있는 가운데 아래로는 세상을 내려 볼 듯이 높다란 언덕 위에 우뚝 솟아 있다.
평행선을 그리며 영원히 만나지 않을 듯 했던 두 집안은 가난한 집안의 아들이 부잣집 딸의 가정교사를 하게 되면서 뒤섞이게 된다. 영화는 밑바닥을 전전하던 가난한 집 사람들이 하나둘 부잣집 일을 맡아 들어가면서 상승의 흐름을 탄다. 관객들도 덩달아 그들과 정서적으로 한 묶음이 된다. 하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그 상승흐름이 반전되면서 파국과 함께 오늘의 우리나라 현실을 냉정하게 되돌아 보게 한다.
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연구(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득격차가 너무 크다'는 의견에 '매우 동의' 39.7%, '약간 동의' 45.7% 등 격차가 크다는 의견에 열에 여덟 이상이 대체로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회 심각한 빈부 격차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마천은 일찌기 <사기> '화식열전'(貨殖列傳)에서 "부가 자기보다 열배이면 그 사람을 비하하지만, 백배면 그를 두려워하고, 천배면 그에게 부림을 당하고, 만배면 노복이 된다. 이게 세상의 이치다(富相什則卑下之, 伯則畏憚之, 千則役, 萬則僕, 物之理也)."고 일갈했다. 문제점은 지적하되 해결책은 줄 수 없는 영화를 보며 가슴이 답답해 옴을 느낀다.
이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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