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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 칼럼] 세 장의 사진
  • 황종택 주필
  • 승인 2019.06.02 16:24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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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장의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먼저 최근 미국 오하이오 주의 '기적'이다. 신시내티의 스프링 그로브 묘지 측은 최근 페이스 북에 6·25 한국전쟁 참전용사 헤즈키아 퍼킨스(90)의 장례식을 알리는 특별한 안내문을 올렸다. 갑작스러운 건강상 문제로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게 된 유가족들을 대신해 지역주민들에게 젊은 시절 한국을 위해 싸운 미국 군인의 '상주'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퍼킨스의 장례식을 불과 하루 앞둔 날이었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퍼킨스에게 존경을 표하기 위해 장례식장을 찾은 것이다. 고인의 마지막 길은 군악대의 나팔 연주, 백파이프의 '어메이징 그레이스' 연주, 제복을 차려입은 퇴역군인들이 가득 차는 크나큰 영광의 길이었다.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귀하게 여기는 미국의 저력을 보여주는 현장이다.

■미 한국전 참전용사 '영광의 길'

또 다른 사진. 전방 고지에서 야간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국군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국군 초병의 모습은 한반도가 아직 종전 아닌 휴전 상태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무겁고 어두운 느낌을 준다. 반면 재향군인회 초청으로 방한한 외국 참전 용사들의 표정은 다르다. 뭔가 놀라면서도 흐뭇한 모습이다. 밝다. 폐허 위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국가를 건설하고 민주화를 이룩한 한국을 보면서 자신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다는 방문 소감이 이를 뒷받침한다. 6·25전쟁을 되새기게 하는 사진들이다.

'잊혀진 전쟁'-. 미국 등 참전국에선 6·25전쟁을 이렇게도 부른다. 정녕 6·25전쟁은 잊혀져야 하는가. 아니다. 아니 된다. 휴전선 초병의 모습이 상징하듯 오히려 '끝나지 않은 전쟁'이라고 해야 옳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이 호국보훈의 달이 가기 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들러보길 권하고 싶다. 한 번쯤은! 가서, 전사자 명비(名碑)를 보자.

기념관을 바라보고 왼쪽의 유엔군, 오른쪽의 국군 전사자 명비를 읽노라면 숙연함에 이어 탄식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을 터다. 특히 미군의 경우 전사자 수가 3만3642명에 이를 정도로 워낙 많다. 알파벳 순서에 따라 50개 주별로 소개한 동판은 참담함 그 자체다. 저 젊은 목숨들, 모두 부모형제가 있고 자녀도 있었을 터인데 이국땅에서 숨져 갔으니….

전사자 명비 상단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전혀 알지 못하는 나라,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는 국민의 부름에 응했던 그 아들딸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이들 미군을 비롯해 조국의 부름을 받아 낯선 동방의 한 전쟁에 참전한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 그들은 신생 독립국 코리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피를 흘렸다. 국군과 21개국의 유엔군 전사자만 20여만명이다.

■"자유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전후 사정이야 어떻든, 6·25전쟁이 터지고 우리는 단 사흘 만에 수도 서울을 북한군에 점령당했다. 주요 장비와 군수품의 약 70%를 한강 이북에 버려둔 채 한강 이남으로 내려온 국군은 그 후 한강저지선을 돌파한 북한군을 막을 수가 없었다. 민초들의 비참한 피난살이는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국도 1호선 옆 경기 오산 죽미령에는 '유엔군 초전(初戰) 기념비'가 있다. 미군 스미스 대대는 전쟁이 나자 가장 먼저 한국 땅을 밟아 새벽 비가 내리던 7월 5일 죽미령에서 북한군과 최초로 교전한 끝에 부대원 540명 중 150명의 전사자와 행방불명자가 생기고 72명이 포로가 됐다. 이 같은 희생의 터 위에 오늘 우리는 자유와 평화를 구가하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오늘 모습을 보자. '적폐 청산' '좌파독재' 막말 논란 등에 따른 국회 개원 거부 등 분열과 혼란이 그지없다. 나라 경제와 민생은 날로 힘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피 흘린 국군과 유엔군의 기반이 훼절돼선 안 된다. 굳건한 한·미동맹 기반 위에 긴밀한 한·미·일 협력, 한·중-한·러의 우호세력화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필요조건들이다. 남북 평화통일 지향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우리 조국이 처한 현실은 반목하고 갈등하기엔 갈 길이 멀고 험하다. 같은 뿌리에 난 상생의 관계임을 확인하고 뭉쳐야 한다. 전쟁기념관 정문 조형물엔 이렇게 쓰여 있다.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Freedom is not free)."

세계적 역사학자 E.H.카가 규정한 것처럼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 그렇다. 역사는 시간의 연속성을 뜻하기에 카의 말은 공감이 크다. 그럼 시간만 흘러가면 다 역사인가. 아니다.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래서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라고 했잖은가.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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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 주필 resembletree@dtoday.co.kr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전문위원, 전 세계일보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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