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5세 정년 연장' 논의를 공식화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년 연장을 사회적으로 논의할 시점임을 전제,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의 10개 작업반 중 한 곳에서 정년 연장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6월 말쯤 정부 입장을 제시할 계획을 밝힌 것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노인인구가 늘어 재정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어 긍정 검토해야 한다. 올 2월 대법원이 육체근로자의 정년을 만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한 게 뒷받침한다. 대법원은 육체노동의 경험칙 상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보아온 견해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고, 이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 60세를 넘어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현재 고령자고용촉진법에서 60세로 정년을 보장하고 있지만 대법원 판결처럼 가동연한을 경험칙 상 65세로 인정했기에 정년 연장은 마땅히 추진해야 한다. 미국과 영국처럼 정년 자체를 폐지하긴 어렵겠지만 65세 이상으로 정년을 잡고 있는 일본이나 독일같이 연장하는 게 시대흐름이기에 우리나라 또한 예상 가능한 일로 보여진다.

과제가 적잖다. 건강보험료, 연금납입액 등의 인상, 사회보험법상 연금수급연령의 상향조정 등도 예상되면서 국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청년 실업이 심각하고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세대 갈등을 유발하고 기업의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론도 있다. 정년연장으로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사람이 연간 80만명, 진입하는 사람이 40만명임을 고려하면 그 같은 효과는 완화되고 청년층에 영향이 크지 않으리라는 분석이다.

여하튼 '방향'이 아닌 '속도'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닮은꼴 논란을 피하려면 청년과 기업 차원의 보완 대책도 요구된다. 특히 정부는 노동 유연성이 빠진 정년 연장 추진은 기업 부담만 키우는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비판 여론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정년 연장과 함께 자동 수반되는 고용유연성 확대를 빼놓고선 논의의 의미를 잃고 만다. 정부는 자발적으로 고령자를 고용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분위기를 띄운다는 계획이지만, 정작 정년 연장의 주체인 기업들은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 실정인 것이다. 정부와 기업 간 신뢰 회복이 요청되는 대목이다.

지금처럼 경직된 고용시장에서 정년만 연장하면 6년 전 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당시 산업계는 고용 유연화가 어렵다면 최소한 임금피크제와 정년 연장을 연계해 추진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차일피일 미루다가 2015년에야 임금피크제를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을 손본 결과 적잖은 '기회비용' 손실을 초래했던 것이다.

정부는 산·학·연이 함께 참여하는 정년연장 과제를 면밀하게 검토하길 기대한다. 여기엔 정년 연장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논의라는 지적에도 귀 기울여, 이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본다. 나아가 기대 수명 100세를 바라보는 시대에 일정 나이를 기준으로 근로자를 퇴출시키는 정년 제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기에 미국·영국과 같이 정년 자체를 폐지한 사례도 주의 깊게 들여다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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