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인명경시 풍조에 전율을 느낀다. 걸핏하면 사람을 죽이고, 그곳도 모자라 사체 훼손 등을 일삼고 있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이 따로 없다. 특히 순간 분노를 참지 못해 툭하면 살인을 저지르거나, 정신질환에 의한 불특정 살인, '생활고'에서 비롯 너무 쉽게 목숨을 끊는 참담한 일들이 꼬리를 물고 있어 비상한 대책이 요청된다.

예컨대 제주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의 범행수법이 경찰 수사가 이어질수록 잔혹함과 치밀함이 드러나고 있다. 전남편 강 모씨를 만나기로 한 지난달 25일 고유정은 약속 당일이 아닌 8일이나 앞선 18일 미리 제주에 도착해 마트에서 칼과 고무장갑 등 범행 도구를 미리 구입하는가 하면, 증거인멸 취지로 사용할 표백제 등을 구매했다. 고씨는 여전히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치밀한 범행 계획으로 완전범죄를 기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의 한 카페에서 대낮에 친형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50대 동생이 구속됐다. 어디 이뿐인가. 경기 시흥의 한 이면도로에 세워진 차량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유가족으로부터 빚에 쪼들려 왔다는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어쩌면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태가 잉태하고 있던, 예고된 비극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 공동체에 비상 경보음을 울렸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세상에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직위가 높은 사람이나 낮은 사람이나, 가진 사람이나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나 목숨은 하나밖에 없다. 목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누가 대신할 수도 없다.

인명경시 풍조는 가정을 무참히 파괴하고 이웃 간 불신의 벽을 높여가면서 공동체가 허물어져 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정부와 공동체가 사회안전망을 튼실히 만들고, 울분과 혈기만 분출하는 '울혈(鬱血)사회'를 지양해야겠다. 서로 배려하는 사회를 구현, 생명 가치를 드높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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