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 냉전질서 해체, 평화세계 실현의 희망을 다시 꿈꾸지 않을 수 없다. 꼭 1년 전인 오늘(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호텔에서 가진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냉전체제가 해체의 첫 발을 내딛었던 것이다.

약 70년간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비정상적인 관계를 넘어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까지 개최, 북·미가 관계 정상화로 나아가자는 '완전비핵화·평화체제·관계정상화·유해송환'이라는 4개항 공동합의문을 발표함으로써 '세기의 담판'은 나름 긍정 평가됐다. 하지만 미군 유해만 일부 송환됐을 뿐 센토사 합의 이행을 위한 후속 회담 개최는 진통을 겪었다.

지난 2월 말 북·미는 260여일 만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다시 만났다. 그러나 북·미는 합의안 도출에 도달하지 못했다.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미국에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대북 초강경파가 '비핵화 때까지 제재해제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해상에서의 불법 환적 감시를 강화하며 제재 이행 고삐를 바짝 죄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 12일 하노이 회담 후 처음으로 북·미협상 입장을 밝히면서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말까지로 대화 시한을 정하고, '빅딜'을 주장하고 있는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올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5월 들어선 2차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미국을 압박했다. 북한은 "정상적인 군사훈련의 일환"이라고 주장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북한이 대화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면서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협의 속에서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공단 방북 승인하고 대북 식량 지원 방안을 지난달 확정했다.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한 남북협력 의사도 전달했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소원하다. 북한은 우리의 4차 남북정상회담 제의에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미국은 대북 제재 유지를 강조하며 급할 게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온 정부로서는 답답하고 초조할 만하다.

마침 북유럽 3개국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조만간 남북 간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경색된 겉모습과 달리 남북 또는 북·미 간 긴박한 물밑 접촉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인 6월 북한이 행동에 나서길 기대한다. 방한에 맞춰 최소한 일주일 전이라도 판문점에서 제4차 남북정상회담을 원 포인트로 한 뒤 제3차 한·미정상회담을 하는 수순이다. 잘 되면 판문점 북·미정상회담이 가능할 것이고, 남·북·미 정상회담을 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작금 상황을 보면 북한은 경제파탄과 체제 자멸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없을 처지에 놓였다고 하겠다.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내려놓고 개방과 개혁의 문호를 활짝 열어 젖혀야 한다. 확실한 태도 변화만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을 떨쳐 버릴 수 있음을 직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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