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하게 대응해 나갈 것"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최유진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년 만에 금리 인하 추진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주열 총재는 12일 한국은행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는 지난 4월 1일 "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라거나 5월 31일 "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직 아니다"라고 했던 최근까지의 입장과 달라진 것이다.

이 총재는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 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는 점을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하면서 세계 교역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반도체 경기의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소지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지난 4월 애초에 "하반기부터는 (주요 국가의) 수요가 살아나면서 반도체 경기도 개선할 것"으로 전망했고 이는 4월과 5월 금리 동결에 고려된 요소 중 하나였다.

이 총재는 반도체 경기의 회족 지연,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대외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며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특정 산업 중심의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로선 이 같은 불확실성 요인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성장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 수석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당초 예상보다 커진 상황에서 하방 위험이 장기화될 소지가 있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파악된다.

이 총재는 "저출산/고령화, 주력산업의 경쟁력 악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등 우리 경제의 성장을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들이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계부채는 최근 증가세라 다소 둔화됐지만 총량 수준이 매우 높고 위험요인이 남아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경계심을 아직 늦출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신성장동력 발굴,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활성화, 노동시장 유연/안정성 제고, 규제 합리화를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당장의 어려움 때문에 변화하지 않는다면 훗날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절박한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이러한 의사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통화 완화적 기조 가능성을 좀 진전해 말한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제활력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총재의 발언에 대해 이같이 반응했다.

한은이 금리를 마지막으로 인하한 시점은 2016년 6월(연 1.25%)이 마지막이다. 그 뒤로 2017년 11월과 지난해 11월 한 차례씩 금리를 올리기만 하다가 마지막 인하를 결정 후 3년 만에 다시 정책기조 전환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금통위는 지난달 31일 통화정책 회의 결정문에서 경제성장 전망결로에 대해 "지난달 4월 전망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주요 연구기관들이 줄줄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가운데 한은도 7월 중순 발표 예정인 경제전망 보고서에서는 2.5%로 제시했던 전망치를 다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무역분쟁에 따른 세계 성장률 하락과 반도체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은 주요 투자은행(IB)과 경제분석기관에서도 시각을 같이 한다.

국제 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JP 모던이 올해 서계 성장률 전망을 3.4%에서 3.2%로 하향 조정하는 등 지난달 말 기준으로 성장 전망치를 집계한 주요 9개 IB 가운데 5곡이 한 달새 전망치를 0.1~0.2% 포인트씩 낮춰 잡았다.

한편 한은 총재의 금리 인하 관련 발언에 일각에서는 그 시기를 올해 4분기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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