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직이 대격변을 맞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문무일 검찰총장 후임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발탁한 것이다. 파격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문무일 검찰총장의 항명성 발언 등으로 검찰조직이 요동치는 가운데 현 총장의 5기 아래인 윤 지검장을 인선한 것이다.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최대 파격 인사로서, 1981년 12월 당시 정치근 부산지검장이 6기를 뛰어넘어 검찰총장으로 발탁된 것에 비교되는 충격적인 상황이다.

앞서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는 김오수 법무부 차관,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 이금로 수원고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등 4명을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추천한 바 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검찰총장 내정은 우선 서열 위주의 검찰조직에 커다란 충격파를 던져 줄 게 불 보듯 훤하다. 신임 검찰총장이 임명되면 선배나 동기 고위간부들은 후진에게 길을 터 준다는 명목으로 퇴진하는 것이 검찰 인사의 기존 관례였다.

이에 따르려면 20여 명의 제19∼22기 선배들이 검찰을 떠나야 하고, 동기 검사장만 해도 8명에 이르고 있다. 동기까지 포함해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 3분의 2 내외가 검찰을 떠나야만 하는 것이다. 정부로선 이런 어려움을 예상했을 터인데도 불구하고 '윤석열 검찰총장' 카드를 꺼낸 취지는 무엇일까.

청와대는 인선 배경과 관련, 윤석열 후보자가 부정부패 척결 의지가 강하고 권력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을 보여줬다며 시대적 사명인 검찰개혁과 조직쇄신 과제도 훌륭하게 완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윤석열 후보자는 검찰 내부에서 당대 최고의 '칼잡이'로 불리는 강골검사다. 윤 후보자는 국정원 댓글사건 문제를 다룬 국정감사장에서는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며 좌고우면 않는 기개를 과시한 게 그의 성품을 잘 보여주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검찰총장으로 임명될 시 책임이 중차대하다. 무엇보다 검찰개혁 과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난제를 마무리해야 한다. 차기 총장은 동요하는 조직을 잘 추스르면서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역할을 떠맡아야 한다. 또한 검찰은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 차기 총장이 정치적 외풍에도 검찰 독립과 중립을 지켜낼 강단 있는 인물이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관건은 최종 인선 책임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이러한 가치를 존중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여부다. 파사현정,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냄으로써 법치를 올곧게 세우려는 검찰총장이 요청될 뿐 특정 정권 충성도를 최우선으로 요구해선 안 된다. 일말이라도 이러한 의구심이 제기돼선 검찰개혁의 진정성이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는 사실을 문재인 정부는 염두에 두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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