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수수료율 잇달아 인하…증권사들 입지 더 좁아져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업종의 '퇴직연금 쟁탈전'이 2라운드에 접어들고 있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이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에 들어간 가운데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각 금융사들이 퇴직연금을 놓고 치열한 유치전을 펼지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16일 퇴직연금 수수료 체계를 다음달 1일부터 전면 개편한다고 밝혔다. 그룹 내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 등 각사 퇴직연금 사업부문을 매트릭스 조직으로 확대 개편한 신한은 그 첫 번째 신호탄으로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에 들어갔다.
신한금융에 따르면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 계좌에서 수익 미발생시 수수료를 아예 면제하기로 했다. 또 10년 이상 장기 가입자는 운용·자산관리수수료를 최대 20%, 일시금이 아닌 연금 방식으로 수령하면 연금 수령 기간 운용관리수수료를 30% 감면해 준다. 또 만 34세 이하에 가입하면 운용관리수수료를 20%까지 깎아준다.
이 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업에게는 운용 및 자산관리수수료 50% 우대 혜택 및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30억원 이하 기업과 IRP 1억원 미만 고객에게는 운용관리수수료를 0.10%~0.20%포인트 깎아준다.
이에 앞서 IBK기업은행의 자회사 IBK연금보험도 지난달 DB형은 최대 0.25%포인트, DC형은 최대 0.1%포인트 수수료 인하를 단행했다.
우리은행은 이미 지난해 말 DB형 최대 0.08%포인트, DC형은 0.05%포인트 인하에 이어 추가 인하를 검토 중이다.
하나금융도 이에 질세라 '연금손님자산관리센터'를 신설하고 20~34세 사회초년생과 55세 이상의 은퇴 세대에 대해 수수료를 최대 70%까지 할인해주는 수수료 개편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올해 1월 '퇴직연금 10조원 달성 및 사업추진 활성화' 행사를 열고 퇴직연금 수익률 향상과 상품라인업 확대를 선언했다.
KB금융지주는 자산관리부문 아래 연금본부를 신설해 그룹 전체 연금고객의 사후관리, 은퇴와 노후 서비스 등을 관장한다. 또 연금기획부를 신설해 지주, 은행, 증권, 손보 4개사를 매트릭스 조직으로 묶어 움직이고 있다.
이 같은 은행들의 움직임에 증권사들의 마음은 점점 더 분주하다. 10년 장기 수익률에 있어서는 은행권보다 여전히 앞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8년 연간 수익률에서는 금융사 중 단연 꼴찌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존에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방식이 예적금 위주의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돼 있어 은행들과의 경쟁이 더욱 힘겨운 상황이다.
올해 4월 금감원 연금운용실이 공개한 '2018퇴직연금 적립 및 운용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90조원으로 전년(168.4조원) 대비 21조6천억원(12.8%)이 증가했다. 다만 적립금 중 90.3%에 해당하는 171.7조원이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되고 있고, 9.7%인 18.3조원만 실적배당형으로 운용되고 있다.
작년 한해 전체 퇴직연금 운용수익률 평균이 1.01%를 기록한 가운데, 원리금 보장형의 수익률은 1.56%를 기록한 반면 실적배당형은 -3.82%를 기록했다. 2018년 한해 주식시장이 쉼없이 폭락한 결과 상대적으로 실적배당형 포트폴리오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의 운용 성적이 나빠졌다.
보고서를 좀더 살펴보면 2018년 기준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44.6%는 예적금으로 구성돼 있고, 보험상품이 뒤를 이어 40.9%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실적배당형 상품의 경우 집합투자증권의 비중이 93.3%로 절대적이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이 대부분인 퇴직연금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상대적으로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높은 증권사가 작년 같은 장에서는 수익률에서 고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사업자 관점에서 퇴직연금 시장을 바라보면 판도는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기준 권역별 점유율을 살펴보면 은행이 50.7%로 압도적이고, 뒤를 이어 생명보험이 22.7%, 금융투자 19.3%, 손해보험 6.1%, 근로복지공단 1.2% 순으로 나타난다. 이중 상위 6개 사업자 즉, 삼성생명과 상위 5개 은행의 점유율이 무려 52.5%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금융투자회사 중 1위 사업자인 현대차증권의 적립금은 11조2천734억원으로 은행 5위인 우리은행의 12조5천716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다. 금융투자회사 13개 사업자 적립금 총합인 36조7천98억원이 상위 은행 두 곳인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합계 36조1천75억원과 비슷하다.
한 국내 대표 은퇴연구소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국민연금, 개인연금과 함께 노후보장 3층 시스템의 축인 퇴직연금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수익률 제고가 급선무”라며 “원리금보장 보단 실적배당형 상품에 강점이 있는 증권사가 목소리를 더 높여야 하지만 노후자금의 안정성을 강조하는 은행권의 논리와 작년 같은 수익률 참패로 증권사가 고객의 선택을 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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