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수수료 인하에 증권사 수익률로 '맞불'…미래에셋대우 최고 수익률 기록

▲ 금융투자협회 권용원 협회장.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삼성생명을 제외하고는 은행들의 텃밭인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들이 각 계열사의 퇴직연금 부문을 아우르는 메트릭스 조직을 만들며 그룹내 시너지를 키우고, 수수료를 낮추는 등 공격 행보를 보임에 따라 추격자 입장인 증권사들은 새로운 전략 수립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워낙 낮은 수익률 탓에 금감원에서도 퇴직연금 운용 및 관리 수수료율에 대한 지도에 들어가고 있지만 증권업계는 수수료 축소와 함께 중장기 운용 수익률에 초점을 맞춰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증권업계 1위 사업자인 현대차증권은 고객중심의 퇴직연금서비스 강화와 철저한 사후관리에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금감원이 연금가입자 편의 증진과 정보공시 강화, 개인형퇴직연금(IRP)의 계약 이전 활성화 등을 향후 방향으로 제시한 만큼 지속적인 사후관리로 가입자들에게 우수 서비스 제공자로서 입소문이 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산운용 컨설팅시 표준 컨설팅 프로세스를 운영해 고객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원리금보장상품 외 실적배당상품 컨설팅을 위해 자산배분위원회를 구성하고 운영함으로써 고객 수익률 극대화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또한 자산운용컨설팅과 IFRS 계리 평가를 접목해 퇴직부채중장기 예측 및 합리적인 적립금 목표 수익률 설정을 통한 중장기 자산배분전략을 제공하고, IPS 활용 등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고객초청 퇴직연금 소규모 세미나를 개최해 퇴직연금 관련 정보를 상시 제공함으로써 고객사의 퇴직연금 이해도 증진 및 퇴직연금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퇴직연금 사후 서비스 강화를 위해 매년 고객의 소리(VOC)를 청취하고 있으며, SMS, 이메일 서비스, 해피콜 등을 통해 퇴직연금 관련 소식을 고객사에게 전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자산운용사를 보유한 미래에셋대우는 DB형 10년 장기수익률에서 연평균 3.8%로 은행, 증권, 보험 등 전 업권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익률을 자랑한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우수한 수익률의 배경에는 미래에셋그룹이 오랜기간 전사적인 역량을 퇴직연금 사업에 쏟아부은 것도 있지만 타 금융사 대비 독보적인 글로벌 네트워크 덕분에 자산배분 전략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의 연금컨설팅본부는 제도정책과 상품기획을 담당하는 기획팀과 회계사, CFA, 계리사 등 각 분야의 전문인력이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컨설팅팀, 전산시스템 등 업무프로세스 운영을 담당하는 서비스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연금 인프라를 통해 연금 수익률 관리, 고객사 제도관리 등 전국적인 고객 밀착관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또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6월 비대면 연금고객 저변확대와 연금자산의 효율적 운용 컨설팅을 위해 거래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전국민 개방형 ‘연금자산관리센터’를 출범시킨 바 있다. 고객은 지점 방문없이 전화를 통해 연금자산관리에 특화된 18명의 컨설팅 직원으로부터 개인별 특성에 맞춘 자산관리 상담 뿐 아니라, 비대면 신규 연금계좌개설과 개인연금 자문서비스 등에 대한 안내도 받을 수 있다.

개인연금 자문서비스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과 수없이 많은 금융상품 중에 자신에게 적합한 자산배분과 우수 상품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서비스로서,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자산관리의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과 일반인들에게 쉽고 편한 맞춤형 자산관리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신증권은 퇴직연금 가입자의 수익률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내부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연금자산관리를 위해 '펜션가디언(Pension Guardian)'이라는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펜션가디언은 정기적인 연금전문가 교육을 수료한 54명이 배치돼 있는 커뮤니티로 고객의 요구사항을 파악해 포트폴리오 제안 및 편입자산 비중 조절(Rebalancing) 등의 차원 높은 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R&S(Research&Strategy) 본부와 연금사업센터가 포함돼 있는 고객자산본부가 만나 ‘WM솔루션’ 회의를 진행한다. 자산별 투자전략 전문가 및 이코노미스트와 국내외 주식시장 및 채권시장 등에 대한 전망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수립된 글로벌 시장에 대한 중장기 전망을 근거로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차별화된 연금자산 운용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김기영 연금컨설팅본부장은 “퇴직연금 수익률 향상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실적배당상품 운용을 통한 수익증대와 비용절감이 필수인 만큼 수수료 인하를 통해 비용을 최소화해 실효 수익률을 높이는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며 “특화된 상품 공급과 자산운용 컨설팅, 연금자산관리센터를 통한 비대면 고객관리 서비스 등으로 고객의 만족도 또한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퇴직연금 마케팅 大戰'…2라운드 치열

은행들 수수료율 잇달아 인하…증권사들 입지 더 좁아져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업종의 '퇴직연금 쟁탈전'이 2라운드에 접어들고 있다.

노령화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는 것에 비해 퇴직연금 수익률이 가입자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면서 각 금융사가 전세 역전을 위해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특히 주요 은행들은 최근 퇴직연금 수수료율을 공격적으로 인하하며 지난해 주식시장 폭락과 함께 수익률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증권사들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이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에 들어간 가운데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각 금융사들이 퇴직연금을 놓고 치열한 유치전을 펼지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16일 퇴직연금 수수료 체계를 다음달 1일부터 전면 개편한다고 밝혔다. 그룹 내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 등 각사 퇴직연금 사업부문을 매트릭스 조직으로 확대 개편한 신한은 그 첫 번째 신호탄으로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에 들어갔다.

신한금융에 따르면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 계좌에서 수익 미발생시 수수료를 아예 면제하기로 했다. 또 10년 이상 장기 가입자는 운용·자산관리수수료를 최대 20%, 일시금이 아닌 연금 방식으로 수령하면 연금 수령 기간 운용관리수수료를 30% 감면해 준다. 또 만 34세 이하에 가입하면 운용관리수수료를 20%까지 깎아준다.

이 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업에게는 운용 및 자산관리수수료 50% 우대 혜택 및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30억원 이하 기업과 IRP 1억원 미만 고객에게는 운용관리수수료를 0.10%~0.20%포인트 깎아준다.

이에 앞서 IBK기업은행의 자회사 IBK연금보험도 지난달 DB형은 최대 0.25%포인트, DC형은 최대 0.1%포인트 수수료 인하를 단행했다.

우리은행은 이미 지난해 말 DB형 최대 0.08%포인트, DC형은 0.05%포인트 인하에 이어 추가 인하를 검토 중이다.

하나금융도 이에 질세라 '연금손님자산관리센터'를 신설하고 20~34세 사회초년생과 55세 이상의 은퇴 세대에 대해 수수료를 최대 70%까지 할인해주는 수수료 개편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올해 1월 '퇴직연금 10조원 달성 및 사업추진 활성화' 행사를 열고 퇴직연금 수익률 향상과 상품라인업 확대를 선언했다.

KB금융지주는 자산관리부문 아래 연금본부를 신설해 그룹 전체 연금고객의 사후관리, 은퇴와 노후 서비스 등을 관장한다. 또 연금기획부를 신설해 지주, 은행, 증권, 손보 4개사를 매트릭스 조직으로 묶어 움직이고 있다.

이 같은 은행들의 움직임에 증권사들의 마음은 점점 더 분주하다. 10년 장기 수익률에 있어서는 은행권보다 여전히 앞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8년 연간 수익률에서는 금융사 중 단연 꼴찌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존에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방식이 예적금 위주의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돼 있어 은행들과의 경쟁이 더욱 힘겨운 상황이다.

올해 4월 금감원 연금운용실이 공개한 '2018퇴직연금 적립 및 운용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90조원으로 전년(168.4조원) 대비 21조6천억원(12.8%)이 증가했다. 다만 적립금 중 90.3%에 해당하는 171.7조원이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되고 있고, 9.7%인 18.3조원만 실적배당형으로 운용되고 있다.

작년 한해 전체 퇴직연금 운용수익률 평균이 1.01%를 기록한 가운데, 원리금 보장형의 수익률은 1.56%를 기록한 반면 실적배당형은 -3.82%를 기록했다. 2018년 한해 주식시장이 쉼없이 폭락한 결과 상대적으로 실적배당형 포트폴리오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의 운용 성적이 나빠졌다.

보고서를 좀더 살펴보면 2018년 기준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44.6%는 예적금으로 구성돼 있고, 보험상품이 뒤를 이어 40.9%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실적배당형 상품의 경우 집합투자증권의 비중이 93.3%로 절대적이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이 대부분인 퇴직연금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상대적으로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높은 증권사가 작년 같은 장에서는 수익률에서 고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사업자 관점에서 퇴직연금 시장을 바라보면 판도는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기준 권역별 점유율을 살펴보면 은행이 50.7%로 압도적이고, 뒤를 이어 생명보험이 22.7%, 금융투자 19.3%, 손해보험 6.1%, 근로복지공단 1.2% 순으로 나타난다. 이중 상위 6개 사업자 즉, 삼성생명과 상위 5개 은행의 점유율이 무려 52.5%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금융투자회사 중 1위 사업자인 현대차증권의 적립금은 11조2천734억원으로 은행 5위인 우리은행의 12조5천716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다. 금융투자회사 13개 사업자 적립금 총합인 36조7천98억원이 상위 은행 두 곳인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합계 36조1천75억원과 비슷하다.

한 국내 대표 은퇴연구소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국민연금, 개인연금과 함께 노후보장 3층 시스템의 축인 퇴직연금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수익률 제고가 급선무”라며 “원리금보장 보단 실적배당형 상품에 강점이 있는 증권사가 목소리를 더 높여야 하지만 노후자금의 안정성을 강조하는 은행권의 논리와 작년 같은 수익률 참패로 증권사가 고객의 선택을 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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