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수익률 부진탓 부동산에 관심 쏠려…관련 비즈니스 위축 가능성도

▲ 한국투자운용 부동산펀드가 투자하는 룩셈부르크 오피스 빌딩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금융감독원이 금융투자회사들의 부동산금융 관련 리스크 여부를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금감원과 해당 금융사에 따르면 금감원은 현재 하나금융투자와 하이투자증권의 검사를 진행중이며, 곧이어 현대차증권과 메리츠증권도 검사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놓고 하루가 멀다하고 연일 쏟아지는 국내외 부동산 상품과 투자를 지켜보며, 과거 전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던 부동산 발 후폭풍을 경험했던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감원의 조치가 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반면 이미 주요 투자수단으로 활성화된 마당에 이제와 뒤늦게 장에 경고 사인을 주는 것은 가뜩이나 먹거리가 마땅치 않은 증권사들에게 부담일 뿐만 아니라 늑장 대응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 여의도는 지금 부동산 투자중

부동산에 대한 증권업계의 관심은 현재진행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8일부터 만기 30개월짜리 폐쇄형 부동산 펀드를 판매 중이다. 모집 예정금액 약 220억원에 최소 청약금액 500만원인 이 상품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이미 분양 진행중인 사업장에 투자하고, 폐쇄형인 만큼 투자자를 위한 유동성 공급을 위해 상장을 계획 중이다.

이 회사의 관계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은 19일 룩셈부르크에 있는 신축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부동산펀드 출시를 알렸다. 1385억원 규모로 6년간 중도환매가 안되는 폐쇄형 펀드를 4일간 조성하기 위해 판매사로 KB국민은행, BNK부산은행, BNK경남은행, DB금융투자 등이 나섰다.

이에 앞서 지난달 대신자산운용이 일본 도쿄에 있는 오피스 빌딩에 투자해 선보인 800억원 규모의 공모형 해외부동산펀드는 판매 시작과 함께 조기 완판 됐다. 이외에도 지난 3월 현대자산운용이 스코틀랜드 국민건강보험공단 청사에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도 338억원의 모집 금액을 금방 채웠다.

삼성증권은 2017년에 벨기에 브뤼셀 소재의 스타라이트 빌딩을 4900억원에 인수하는가 하면 지난달에도 파리에 위치한 크리스탈파크 빌딩을 9200억원에 인수했다.

이밖에도 주요 금융투자회사들의 부동산 사랑은 갈수록 더해만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 주식 변동성에 부동산으로 쏠리는 관심

한 증권사 부동산본부장은 이러한 금융투자회사들과 투자자들의 부동산 집중 현상에 대해 “주식이나 주식형펀드에 대한 리스크 대비 기대수익률에 투자자들이 회의적이기 때문”이라며 “오랜 기간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잡은 부동산 불패 신화가 금융투자의 형태로 바뀌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래에셋운용은 2년전 인수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소재 오피스빌딩 매각을 통해 1600억원의 차익을 거뒀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투자 당시 60%에 이르는 공실율 때문에 우려의 시각이 있었으나 이를 일축하고 성공적으로 투자금 회수를 이뤘다. 미래에셋은 이 뿐만 아니라 이미 상해 푸둥지구의 랜드마크인 ‘미래에셋 상하이타워’를 2890억원에 인수해 1조원 가치로 키워내는 등 연속된 투자 성공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의 전성시대를 예고했다.

한 부동산 신탁회사 대표는 “처음에는 해외 부동산 투자에 익숙지 않았던 투자자들이 쌓여가는 해외 성공 사례들을 보며 수익성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투자처로 해외부동산을 찾고 있다”며 “근본적으로는 국내 기업들이 성숙 단계에 들어서며 성장성에 한계를 보여 주식 시장에 대한 관심이 부동산으로 이전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 부동산 불패 신화에 대한 막연한 믿음은 금물

업계에서는 금감원 부동산금융 검사는 이러한 시장 과열 조짐에 대해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부동산 금융에 정통한 한 증권사 대표는 “부동산이 위험한 이유는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이를 바로 차단하기 어렵고, 리스크가 연쇄적으로 전달 되는 속성 때문”이라며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교훈을 잊은 채 맹목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천만하다”고 경고했다.

이번 조사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하는 차원이라기 보다는 부동산금융에 적극적인 금융회사들의 재무건전성과 리스크관리 실태를 점검하는 것”이라며 자칫 활성화된 투자 수단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지 모른다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움직일 때 그 의미를 생각하지 않는 금융사는 없다”며 “만약 훗날 해외부동산 관련 리스크가 발생할 시 그동안 금감원이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난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단계에서 검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조사 대상이 된 회사중 메리츠와 같은 대형사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부동산금융 관련 비중이 높아 검사 결과에 따라 비즈니스가 위축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런 전망을 내놨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