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자백·조작된 증거 걸러내지 못해"
재발 방지 위한 '제도·절차 개선' 약속

▲ 문무일 검찰총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역사관에서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지적한 검찰 과오와 관련한 대국민 입장을 밝히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과거 검찰 부실수사와 인권침해 등을 공개사과하고 정치적 중립과 공정한 수사를 약속했다.

문 총장은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검찰 역사관 앞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국민 기본권 보호와 공정한 검찰권 행사라는 본연의 소임을 다하지 못했음을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12월 출범한 과거사위원회는 과거 검찰권 남용 사례로 지적됐던 ▲김근태 고문 은폐 사건(1985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1987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1991년) ▲약촌오거리 사건(2000년) ▲유우성 증거조작 사건(2012년) ▲낙동강변 살인사건(1990년) ▲장자연 리스트 사건(2009년) ▲김학의 전 차관 사건(2013년) ▲용산참사 사건(2009년) 등 총 17개 사건을 조사했다.

이 중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과 PD수첩 사건, 용산참사 사건,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등 8건과 관련해 검찰의 부실수사나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책 등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문 총장은 "과거 국가권력에 의해 국민 인권이 유린된 사건의 실체가 축소·은폐되거나 가혹 행위에 따른 허위자백, 조작된 증거를 제때 걸러내지 못해 국민 기본권 보호의 책무를 소홀히 했다"고 자성했다.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도 검찰이 관련 증거를 면밀히 살피지 않은 과오가 있었다며 사과했다.

그는 "이 사건은 실체 접근을 위해 검사가 증거를 면밀히 살피고, 증거의 연결성을 따져봤어야 했는데 그걸 하지 않은 크나 큰 과오가 있다"며 "안타깝고 부끄럽게 생각하고 형사책임 부분은 고소가 돼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에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용산참사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 초기부터 기록을 공개했어야 하는 사건이었는데 법률상 제한돼 있어서 공개하지 못했다"라며 "사실 처음에 기록을 다 공개했으면 이렇게까지 의혹이 부풀려졌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 전 차관 사건에 대해서는 "과거 검찰이 두 차례나 사건을 수사했는데도 진실을 규명하지 못해 부끄럽다"면서도 "조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인적·물적 증거를 다 조사한 결과 범죄를 구성하지 못한다고 결론 내렸다"고 언급했다.

문 총장은 과거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과거사위의 지적도 받아들여 재발방지책 마련을 약속했다.

그는 "늦었지만 이제라도 큰 고통을 당하신 피해자분들과 그 가족분들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정치적 사건에서 중립성을 지켜내지 못하거나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지 못해 논란이 지속되게 한 점에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향후 권한을 남용하거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제도와 절차를 개선해 나가고, 형사사법 절차에서 민주적 원칙이 굳건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