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수익 편취 수단 악용
36개 대기업집단 상표권 사용료 19% 증가

▲ [표] 2018년 상표권 사용료 상위 그룹.자료=CEO스코어
[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지난해 주요 그룹 상표권 사용료가 약 1조3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26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지난해 36개 대기업집단의 상표권 사용료 수취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 1조3154억원으로, 전년(1조1080억원)보다 18.7%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지정한 59개 대기업 가운데 지주사 등이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받은 곳은 36개 그룹 57개 기업이었다. 공정위는 최근 이들 그룹을 집중 점검 대상으로 지정했다.

공정위 '레이더'에 포착된 근거로는 이른바 대기업의 '이름값'이 총수 일가에 대한 부당 지원 수단으로 통용되면서 지주회사와 계열사 간의 부당거래에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7월 공정위가 대기업집단 지주회사의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55%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주사 체제 자체가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나 사익 편취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대기업 지주회사나 대표회사가 계열사로부터 받는 '상표권 사용료'는 작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지만 기업집단별로 산출 방식이 모두 자의적인 산출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명확한 기준 없는 '계산방식'을 사용하면서 이를 통해 총수일가 사익편취에 이용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공정거래위원회 지난 3일 발표한 '지주회사 수익구조 및 출자현황 분석결과'에 따르면 국내 18개 지주회사는 매출액에서 배당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말 기준 평균 40.8%에 그쳤다.

주요 그룹 가운데 상표권 사용료가 가장 많은 곳은 LG로, 지난해에만 2684억원에 달했다. 이어 SK(2345억원), 한화(1530억원), 롯데(1033억원) 등도 1000억원 이상으로 드러났다.

지주사 체제가 아닌 삼성의 경우 12개 계열사가 62개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이 6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 각각 23억원과 8억원이었다.

1년 새 가장 많이 늘어난 그룹은 롯데로 2017년 240억원에서 지난해 1033억원으로 329.6%나 증가했다. 지난 2017년 10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경우 상표권 사용료 수입이 매출의 65.7%에 달했으며, CJ㈜(57.6%)와 ㈜한진칼(48.3%), 코오롱(45.2%), 롯데지주㈜(39.3%), ㈜LG(35.5%) 등도 30% 이상이었다.

지주회사 등에 상표권 사용료를 가장 많이 낸 그룹 계열사는 LG전자로 1031억원이었다. 이어 SK하이닉스(604억원), 한화생명(544억원), LG화학(522억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492억원)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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