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관계가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위안부 부인, 일본 초계기의 우리 함정에 대한 저공근접비행에 따른 양국 간 '복합 갈등'이 지속되면서 급기야 일본 정부가 '설득력 없는 보복의 칼'을 빼들었다. 오는 4일부터 TV와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에서의 필수 재료 3종에 대한 한국으로의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1일 공식 발표한 것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일간 신뢰관계가 현저히 손상됐다"며 한국에 대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정 관련 소재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 리지스트 등 3가지의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당장 국내 전자업계는 초비상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관련 기업들은 아연실색이다. 특히 리지스트와 고순도 불화수소는 일본 기업들이 전세계 생산의 90% 가량을 거의 '독점'하는 수준이라 만약 실제로 한국으로의 수출이 지연될 경우 타격은 불 보듯 훤하다.

더욱이 반도체 생산에서의 필수 8대 공정 중에서 '노광'과 '세정'에 반드시 필요한 재료이기에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국내 일부 중소기업들이 생산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요구하는 품질과 물량을 충족하기는 턱없이 부족, 일본에서의 수입중단이 현실화될 경우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정부의 이번 조치는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고, 국제 규범에도 맞지 않는 행태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미국, 독일, 영국 등과 함께 우리나라를 '화이트국가'로 지정해 첨단재료 수출시 허가 심사를 면제했다. 그러다 뜬금없이 한국을 화이트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럴 경우 개별 기업들이 각각의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하는 번거롭고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국기업 '골탕 먹이기'를 넘어 한국경제 '옥죄기'에 들어간 셈이다.

이 모든 게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 일본이 당시 자행한 인권유린과 살육 등에 관한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 일임에도 적반하장 격으로 '기술 보복'을 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일은 민간 기업이 나서서 해결하기 어려운 '외교적·정치적' 이슈다. 대한민국 정부가 나서 해결하길 바란다. 일본의 양심에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공동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한·일 간 연대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설득력 없는 공세를 당장 철회하고, 상호 이익에 필요한 긴밀한 협력체제 구축에 나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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