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조차 '징용문제 염두 조치' 인정

▲ G20 개막식에서 만난 한일 정상.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일본 정부가 지난 1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앞뒤가 맞지 않은 설명을 덧붙여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과 관련한 보복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비논리적 화법으로 혼동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수출 규제 조치로 인해 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것을 의식해 보복조치가 아니라고 누차 강조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보복조치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수출 규제'에 대한 합당한 근거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2일 요미우리신문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아베 일본 총리는 전날 발표한 조치에 대해 "국가와 국가의 신뢰 관계로 행해 온 조치를 수정한 것"이라면서도 "세계무역기구의 규칙에 정합적이다(맞다). 자유무역과 관계없다"고 언급했다.

이번 조치가 사실상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후속 조치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WTO 규칙 위반은 아니라고 말한 대목에서 자가당착에 빠진 것으로 관측된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일본 관방부 부장관의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이러한 '모순화법'이 등장했다.

니시무라 부장관은 "한국과 신뢰 관계 하에서 수출관리를 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하면서도 이번 조치가 대항 조치인지 묻는 말에는 "적절한 수출관리 제도의 운용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안보를 목적으로 한 수출관리 제도의 적절한 운영을 위한 것"이라며 한국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자국의 안보를 위한 조치라고 역설했다.

'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성 규제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WTO 규칙 위반을 우려해 보복이 아니라며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한국 대법원의 강제노역 판결에 대항한 조치라고 천명하는 분위기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2월 열린 자민당 외교부회(위원회)에서 일본 외무성 간부가 '(강제)징용 대항조치에 대해 경제산업성과도 협의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며 "(강제) 징용 문제를 염두에 둔 조치임에 틀림없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규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한일간의 신뢰 관계가 현저하게 손상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사실상의 대항조치라고 말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과거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에서는 수출국이 특정 상품의 수출이 과도하게 이뤄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수출자율규제(VER)' 제도가 있었으나 1995년에 폐지됐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