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사면초가다. 밖으로는 세계 주요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여진으로 수요가 줄고 있다. 경제 버팀목 격인 반도체·디스플레이·석유화학 업종 등에서 수출 감소세가 뚜렷하다. 게다가 일본 정부가 4일부터 TV와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에서의 필수 재료 3종에 대한 한국으로 수출을 규제하고 나서면서 업계가 '초비상'이다. 일본은 추가 품목 규제까지 시사하고 있다.

설상가상 안으로는 강경 투쟁에 나선 노조와 규제에 막혀 자동차·조선·철강 등 주력산업이 도약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날릴 판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 정부가 올해 하반기 경기 전망을 더욱 어둡게 보고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당초보다 낮춘 2.4~2.5%로 잡았다. 지난해 말 전망(2.6~2.7%)에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취임 2주년 인터뷰에서 밝힌 '2.5~2.6% 성장률 목표'보다도 0.1%포인트 낮다.

기획재정부는 3일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대외여건 악화 등으로 투자·수출 중심 성장 모멘텀이 약화됐고 산업구조 전반의 혁신이 지체되면서 성장잠재력이 저하, 고령화 등으로 민생·체감경기 개선에 제약이 있기에 이 같은 성장률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미 국내외 경제기구·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 전망을 어둡게 보고 성장률을 줄줄이 낮춰 잡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5월 기존 2.6%에서 2.4%로 하향조정했고,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2.5%에서 2.0%로, 골드만 삭스는 2.1%, 노무라는 심지어 1.8%까지 낮췄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2.6%에서 2.4%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사실 여러 수치가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뒷받침하고 있다. 5월 경상수지 6억 6000만 달러 적자는 예삿일이 아니다. 2012년 4월(-1억 4000만달러) 이후 7년간 지속되던 역대 최장 기간 흑자 행진도 막을 내렸다. 이처럼 G2 무역분쟁과 주요수출품목 가격 하락, 일본의 한국경제 옥죄기 등 대외 환경은 우리 경제에 악재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똑같은 대외 환경에서 미국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8% 증가했고, 일본은 0.5% 성장률을 보였다. 우리만 -0.4%의 역성장을 기록한 건 생각할 만한 대목이다.

한국 경제가 어려운 건 부인 못할 일이지만 "대외 여건의 영향이 60∼70%"라는 당국자의 분석엔 동의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실패가 더 큰 요인이라고 본다.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2년 새 30% 가까이 오른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대표되는 급격한 소득주도성장 정책, 강성 귀족노조, 악성 규제 등이 시장의 손발을 묶고 있음을 직시해 정책전환에 나서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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