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터넷매체, 비건 '오프더레코드' 발언 보도

▲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달 28일 오전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위해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북미 실무급 회담이 이달 중순쯤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간 '비핵화'를 주장해왔던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핵동결'이라는 유연한 대북 접근법이 검토되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왔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2일(현지시간)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비건 특별대표가 지난달 30일 한국에서 워싱턴DC로 돌아오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프더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비건 특별대표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의 완전한 동결"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또 트럼프 행정부가 "동결과 (비핵화) 최종 상태의 개념,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가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향한 로드맵을 논의하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비건 대표의 이런 발언은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핵 동결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비핵화 협상 시나리오가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한 내용과 맞물려 주목된다.

뉴욕타임즈는 북한이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내놓은 영변 핵시설에 더해 동결 대상 핵시설을 추가하도록 하고, 사찰단까지 수용하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비건 대표는 뉴욕타임즈 보도에 대해 "완전한 추측"이라고 반박하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다음날 트위터를 통해 "논의해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즈는 재차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기류 변화를 확인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악시오스도 이번 오프더레코드 브리핑을 통해 북미 실무협상을 이끌 비건 특별대표가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파보다 북한에 대해 더 유연해질 의향을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비건 대표는 판문점 만남 직전에 북한에 대한 유연한 접근과 동시적이고 병행적인 비핵화 진전을 언급한 바 있다. 오프더레코드 브리핑에서도 "우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제공할 수 있는 건 인도적 지원, 대화 채널 확대, 상호 주재원 파견 같은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대북 제재를 해제할 준비가 돼 있지 않지만 인도적 지원이나 외교 관계 개선 등으로 양보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한편 악시오스는 당시 해당 발언이 나온 비행기에 동승하지 않아 비보도 합의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건 특별대표의 발언을 보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김 위원장과의 회동 후 "2∼3주 내 실무팀을 구성해 실무 협상을 하겠다"며 비건 특별대표가 실무팀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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