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보복 정당화 논리 무색해져

▲ 일본을 통해 북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김정은 위원장 의전 벤츠 차량(제공: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일본이 경제보복 정당화를 위한 논리로 한국의 대북제재 위반 의혹을 제기했지만, 정작 제재 이행을 감시한 유엔 보고서 분석 결과 일본이 사치품 등을 북한에 불법 수출한 사례들이 지적됐다. 특히 담배, 화장품, 고급 승용차 등 북한 수뇌부와 고위층의 애호품이 다량으로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 일본 수출통제의 허술함이 드러났다.

14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2010년부터 올해까지 안보리에 제출한 보고서 총 10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북제재 대상 사치품이 일본에서 북한으로 불법 수출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06년 채택한 결의 1718호 8항에서 '사치품(luxury goods)' 금수조치를 규정한 이래 지금까지 이 원칙을 고수 중이다. 이 조항은 원산지를 불문하고 모든 사치품이 유엔 회원국의 영토·국민·국적선·항공기를 통해 북한에 제공되거나 판매·이전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의 대북 사치품 수출은 2008년과 2009년에 빈번했다. 품목별로는 벤츠와 렉서스 등 고급 승용차 18대, 담배 1만 개비 및 일본 사케 12병, 다량의 화장품, 중고 피아노 93대 등이다. 2010년 2월 14일과 4월 18일에는 화장품을 비롯한 2억4400만엔, 한화 약 26억5000만원 상당의 사치품이 일본 오사카에서 중국 다롄을 거쳐 북한으로 불법 수출됐다.

또 2008년 11월부터 2009년 6월 사이에 노트북 698대를 포함해 총 7196대의 컴퓨터가 일본에서 북한으로 건너갔다. 패널이 컴퓨터의 최종 사용자로 지목한 평양정보센터는 북한의 대량파괴무기 개발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기관으로 국제사회의 제재 목록에 올라있다.

패널은 2017년 4월 개설된 일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미니소'의 평양지점이 대북 사치품 수출 및 합작기업 설립 금지 제재를 위반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들 사례는 대부분 일본 당국이 파악 후 자발적으로 패널에 보고한 것으로 당국이 파악하지 못한 불법수출도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한국은 자동차와 피아노가 일본에서 부산항 등을 경유해 북한에 수출됐다는 언급이 있을 뿐, 직접 한국에서 수출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전통적으로 북한과 교류협력이 많았고,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교류가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 어려우며 일부 재일동포들이 아직도 조국이라는 생각에 돕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행선지의 경우 일본에서 동남아나 홍콩으로 수출했다가 행선지를 바꿔 북으로 갈 개연성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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