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외무상, 징용배상 중재위 설치 불응에 "매우 유감"
남관표 대사 "일본의 일방적 조치가 한일관계 근간 해쳐"

▲ 일본 정부가 자국이 한국에 제안한 '제3국 중재위원회'의 설치 시한까지 한국이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19일 일본 외무성에 초치된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오른쪽)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일본 정부가 강제 징용 손해 배상 판결과 관련해 자신들이 정한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 요구 시한이 지나자, 주일 한국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중재위 구성에 대한 명확한 거부 입장을 밝혔지만 일본 정부는 시한을 정하며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19일 오전 10시 10분쯤 남관표 주일한국 대사를 초치해 일본 측이 정한 제3국 의뢰 방식의 중재위 설치 요구 시한인 어제까지 한국 정부가 답변을 주지 않은 것 항의했다.

고노 외무상은 "매우 유감"이라며 "한국이 국제법 위반 상태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그는 "한국의 근래 판결을 이유로 해서 국제법 위반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국 정부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질서를 뒤엎는 일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나온 뒤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경제협력협정(청구권 협정)에 따라 모든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하면서 해당 기업에 판결을 이행하지 못하도록 해 왔다.

이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른 분쟁 해결 절차로 외교 경로를 통한 협의, 양국 직접 지명 위원 중심의 중재위 구성, 제3국 의뢰 방식의 중재위 구성 등 3단계(3조 1∼3항) 절차를 차례로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사법부 판단에 개입할 수 없는 점과 협의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중재위를 가동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일본 측 요구를 계속 거부했다.

그럼에도 일본은 일방적으로 정한 시한을 마치 협정에 명기된 의무사항처럼 강요했다. 정작 협정문에는 '문제가 생겼을 때 중재위를 구성한다'고 명시돼 있으며 '어느 한 쪽의 요청에 반드시 정해진 시한 내에 답해야 한다'는 문구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 대사는 고노 외무상의 항의에 "우리 정부에 잘 전달하겠다"고 답하며 "양국 사이에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일본의 일방적인 조치가 한일 관계의 근간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대사는 이어 "대화를 통해 조속히 해결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는 양국 관계를 해치지 않고 소송이 종결될 수 있도록 여건과 관계를 조성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 대사는 특히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구상을 제시한 바 있고 이 방안을 토대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양측이 함께 기대를 모아나가길 기대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고노 외무상은 "잠깐 기다려 주세요"라며 이례적으로 남 대사의 말을 끊은 뒤 "한국의 제안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고노 외무상은 "한국 측의 제안은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는 것은 이전에 한국 측에 전달했다"며 "그걸 모르는 척하면서 제안하시는 것은 극히 무례"라고 거친 언사를 동원하기도 했다.

남 대사는 언론에 공개된 모두 발언 후에 고노 외무상과 비공개 대화를 나눈 뒤 오전 10시 44분께 외무성을 나갔다.

한편 일본 정부가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주일 한국 대사를 초치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배상 확정 판결을 내린 지난해 10월 30일과 11월 29일 주일 한국 대사를 초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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