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대 교수 법학전문대학원

[김학성 칼럼] 패스트 트랙과 그 위에 올려 진 법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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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의 의결로 법률로 만들어진다. 일련의 과정에서 수많은 법률안의 방치나 폐기가 다반사로 이뤄진다. 법률안을 가중된 다수로(5분의 3) 신속하게 처리키로 약속한 때에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본회의에 상정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2012년 여야합의로 만들어졌는데, 패스트 트랙이다. 

패스트 트랙(fast track)이란 국회법 제85조의 2의 '신속안건처리제'를 말한다. 신속안건처리제란 소관 상임위원회 위원 5분의 3이상이 특정 법률안을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의결하면, 지정된 안건이 소관 상임위의 심의·의결이 완료되지 않아도 180일의 기간이 끝난 다음 날에 법사위로 회부된 것으로 보며, 법사위로 회부된 안건이 심의 의결되지 않은 경우에도 90일의 기간이 끝난 다음 날에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보고, 본회의에 부의된 후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아도 60일의 기간이 끝난 후 처음으로 개의되는 본회의에 상정되게 한 것을 말한다. 

결국 패스트 트랙에 올려 지게 되면 법률안은 '늦어도 330일'(상임위가 기간 내에 의결하거나, 또는 의장이 직권상정을 할 경우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내에 본회의에 자동 상정돼진다. 상정된 법률안에 대해서는 일반 의결정족수(재적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과반수의 찬성)가 적용되므로, 패스트 트랙에 올려 지기만 하면 상당부분 통과된다고 보아야 한다. 금 번에 패스트 트랙에 올려 진 법률안은, 연동형비례대표 선거제도, 검경수사권 조정, 공수처신설이 주된 내용이다. 

■ ‘늦어도 330일’ 올리기만 하면 상당부분 통과 

먼저 선거제도를 보면, 현행과 같이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되,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비율을 3:1로 했고(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 국회의원 전체 의석을 각 정당의 득표율을 기준으로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를 도입하면서 권역별 시행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참고로 독일은 지역과 비례가 1:1이며 전국을 대상으로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는 의석배분에 있어 국민의사의 왜곡을 최소화하려는 것이기에 정당한 입법목적을 지니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듯 실행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지금의 지역구 253석에서 28석을 줄여야 하는데, 자신의 지역구가 없어지는 의원들의 반발을 견디어 내면서 본회의 통과에 필요한 과반을 만들어 낼지 의문이다. 벌써부터 우리나라의 의원 수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고 군불을 때고 있고, 20석 정도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시되고 있다. 조금만 지나면 이들의 속셈이 드러나겠지만 의원 수 증가는, 불허가 대다수 국민의 정서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지역구가 없어지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의(大義)에 따를 의원이 과연 얼마나 많을지 의문이다. 정의당이 이에 적극 찬성하는 이유는 20대 총선의 득표율 7.2%만 얻어도 21석을 가져갈 수 있으니, 지금의 6석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대박이기 때문이다. 

검찰에 집중된 지나친 권력을 통제하면서 그 남용을 방지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검찰권에 대한 견제가 꼭 필요하다고 보지만 그 대안이 적절해야 한다. 

■ 경찰 힘 빼앗으려다 더 비대화될까 우려

먼저 검경수사권조정의 경우, 경찰의 1차적 수사권을 인정하면서 검찰의 직접 수사의 범위를 제한하려고 한 것은 적절하지만, 경찰에게 수사종결권까지 부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지금의 경찰이 과거 70~80년대에 비해 성숙됐다고 보지만, 아직도 수사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고,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떨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잘못된 수사는 인권보장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어, 이에 대한 오남용방지책의 강구가 절실히 요구된다.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인권 보호적 측면에서 필요하며, 경찰에 대한 과도한 권한부여는 적절치 않고, 아직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문재인정부는 경찰의 지나친 비대화를 의식해서인지 자치경찰을 도입하겠다고 하며, 경찰 내부에 경찰청장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별도의 전문수사조직으로 국가수사본부를 둬 경찰의 비대화를 줄여보려고 하는데, 글쎄다. 더욱이 현 정부는 국정원의 국내정보기능을 폐지하고 이를 경찰에 주었기 때문에, 수사에다 정보독점까지 경찰권력의 지나친 비대화가 우려된다.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날 수 있다. 

공수처의 경우, 꼭 필요한가에 회의적이지만 법안의 내용마저 너무 허망하다. 첫째 수사대상에는 대통령, 대통령의 친인척,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를 모두 열거해놓고서 정작 기소는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의 경찰공무원에 국한하고 있다. 정작 들어가야 할 사람(대통령, 대통령친인척, 국회의원)이 빠져있다. 김빠진 콜라다. 

둘째, 수사는 하되 기소는 할 수 없다니 당황스럽다. 기소할 수 없는 대상범죄에 대해서는 수사 후 서울 중앙지검에 송부해서 기소여부를 결정하게 한다는 것인데, 일만 복잡하게 만들 뿐더러, 공수처 입법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셋째, 고위공직자만의 수사기소를 전담하는 국가기관은 전 세계적으로도 그 예가 없다. 홍콩과 싱가포르에 유사한 기관이 존재하지만, 왜 도시국가 정도의 예를 따르려는지 모르겠다. 공수처를 만든다 해도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부담스러워할 권력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공수처 역시 지금의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강화에만 기여하는 대통령의 친위수사기관으로 전락될 소지가 크다.

여당인 민주당은 선거법을 통과시키게 되면 10석 이상의 의석이 줄어들게 되는데, 이를 감수하고도 나머지 정당과 연합해 패스트 트랙에 합의했다. 의석 하나가 아쉬울 텐데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문대통령의 대선 제1공약이 공수처신설이기에 이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것을 감수했다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검찰권한의 올바른 자리매김은 필요하나, 인권보장의 큰 틀과 대통령의 권한견제로 방향을 잡아야 하는데, 경찰의 비대화는 인권에 위협이 되며, 공수처는 대통령을 제왕으로 만들 뿐이다. 공수처 신설을 사법개혁의 완성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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