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명이 되레 독 될까…거론 자체 꺼리고 ‘쉬쉬’

▲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유수정 기자] “한국은 금방 타올랐다 식는 나라다.”

일본 DHC의 자회사인 DHC텔레비전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 거론된 이 같은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국내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움직임은 더욱 불붙은 분위기다.

일본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발이 더욱 거세짐에 따라 대형 유통업체들이 앞 다퉈 매장 내 철수까지 검토하고 있어 불매 운동 리스트에 오른 기업들은 해명이 되레 독이 될까 더욱이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DHC텔레비전 편성 프로그램에서 도를 넘는 ‘혐한 발언’을 쏟아낸 사실이 알려짐과 동시에 모회사인 DHC 제품에 대한 단순 불매를 넘어 한국 내 퇴출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특히 요시다 요시아키 DHC 회장이 과거 재일동포를 비하하거나 극우 정당 지원 등으로 논란이 된 전력까지 있다는 점까지 알려지며 소비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센 상황이다.

DHC는 2002년 한국 법인을 세워 국내에 진출한 후 2017년 연매출 99억원 규모로 급성장한 기업이다. 국내에는 클렌징오일 등 화장품 제품과 가르시니아 등 다이어트, 건강보조제 제품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와 관련해 온라인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논란이 일자 DHC코리아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기는커녕 도리어 일부 자사 소통 채널의 댓글 기능을 차단한 상태다. 이전까지 달렸던 댓글 역시 모두 숨겼다.

단순 불매를 넘어 퇴출 운동까지 벌어진 사태에 유통 채널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DHC를 주력 상품 중 하나로 손꼽던 헬스&뷰티(H&B)스토어 들은 더욱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우선적으로 DHC를 포함한 일본 제품들의 매장 내 배치를 변경하는 방식을 통해 사회 분위기에 최대한 동참하고 있다”며 “주말 새 문제가 된 DHC의 경우 현재 내부적으로 철수 여부를 검토 중에 있다”고 조심스레 답변했다.

롭스의 경우 우선적으로 온라인몰에서 일본 화장품 DHC의 판매를 중단했다.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단계적으로 철수하고 있다. 랄라블라 역시 마찬가지다.

그간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동참하던 일본 제품 판매 거부 활동이 사회적 분위기에 발맞춰 대형 유통업체 등으로 확산됨에 따라 관련 기업으로 거론된 기업들은 혹여나 자사에도 영향이 있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단순히 일본 기업을 넘어서 일본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된 기업들 역시 ‘불매운동 리스트’에 오르내리며 곤욕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설픈 해명이 도리어 독이 될까 두려워 쉬쉬하는 모습이다.

우선적으로 윤동한 회장이 직원조회에서 아베를 찬양하는 내용의 영상을 활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한국콜마의 경우 회장 사퇴 결정에도 불구하고 일본 기업이라는 낙인이 더해져 여전히 불매운동 대상 기업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들의 모기업인 일본콜마는 한국콜마홀딩스의 지분 8% 가량을, 한국콜마의 지분 12%를 보유하고 있다. 또 일본콜마 부사장과 CEO를 맡고 있는 칸자키 요시히데 등이 여전히 비상근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농심의 경우 지난해 일본 전범기업인 아지노모토와 협력해 경기도 평택시 농심포승공장 부지에 즉석분말스프 생산 공장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계속해서 불매운동 리스트에 오르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 역시 최근 가맹점주용 내부 인트라넷을 통해 “세븐일레븐은 글로벌 브랜드이며 코리아세븐은 대한민국 기업”이라면서 “당사는 미국 세븐일레븐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매년 일본으로 로열티가 향하는 사실에 대해서는 적극 해명하고 있지 않다.

국내에서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해마다 미국법인에 브랜드 사용료를 지불하지만 지분구조의 상위에는 일본기업인 세븐앤아이홀딩스가 위치하고 있다.

학습지 전문 교육 업체인 구몬도 한국 기업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사실상 교원구몬이 일본 구몬과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로열티를 지급하는 구조로 사업을 운영 중이라는 사실에 대해선 크게 언급하고 있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일본 기업과 제품을 넘어 일본과 관련이 조금이라도 있는 기업들까지 모두 불매운동 대상에 포함되는 추세”라며 “한국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일본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거나 로열티를 지급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 쉬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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