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수출 규제, 국제 반응·일본 여론 보며 수위 조절 예상"
"미·중 갈등 고조되는 남방과 달리 북방 경제개발 협력 가능"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기반 일·중·러 경제 개발 참여 유도해야"

▲ 아베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편의 제공 안보 우호국) 제외로 한·일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주변 동북아지역 경제 개발에 관심 많은 강대국과의 유기적인 외교관계를 강화해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가 주최한 '동북아 정세 변화와 한일 관계'에서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아베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편의 제공 안보 우호국) 제외로 한·일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주변 동북아지역 경제 개발에 관심 많은 강대국과의 유기적인 외교관계를 강화해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미·중 갈등 심화에 따라 동북아 지역에 형성되는 '신냉전' 체제에 일본이 추진하는 '한국 가두기'에 수세적으로 대응하기 보다 남·북·미 화해와 협력에 기반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하면서 일본의 건설적 참여를 유도하고 중국·러시아 등과의 경제 유대를 강화하는 능동적인 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종원 일본 와세다대 대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과 교수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 1소회의실에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가 공동 주최해 열린 '동북아 정세변화와 한일관계' 정책세미나에서 이처럼 말했다.

이 교수는 "아베 일본 정부가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규제를 강화한 목적은 직접적으로는 우리 대법원의 일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로 인해 발생한 징용기업 자산의 현금화 저지를 견제하려는 목적에 더해 식민지 지배의 합법성을 토대로 한 1965년 체제의 정당성을 재확인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일본은 중·장기 국가 전략측면에서 대(對)중국 신냉전 체제로 동북아 대결 구도의 새틀짜기를 추구하고 있다"며 "그 가운데서 최근 남·북·미 화해에 기반한 한반도 프로세스 진전에 따라 외교적으로 소외된 데에 대해 경계심과 위기의식이 고조되면서 '한국 가두기' 또는 '거리두기' 차원에서 이번 수출규제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아베 총리가 우리나라에 대해 이렇듯 강경 외교 노선을 펼치는 배경에는 전범 국가 일본을 '보통국가화'함으로써 역사적 정통성을 확보하겠다는 수정주의적 역사관이 바탕에 있다"며 "아베는 이러한 기조에 따라 미국에 대해서는 사과, 중국에 대해서는 침략 인정, 한국에 대해선 식민통치 정당화 등 국가별로 차별적 대응을 하고 있다"고 아베 정부의 외교 행태를 꼬집었다.

하지만 "'경제력을 통한 압박'은 심화된 한일간 경제적 상호 의존성과 사회문화적 교류로 한국 불매운동 등이 일어나자 오히려 자국 내 기업과 지역이 피해를 입으면서 예상치 못한 역효과가 나와 당초 생각했던 대로 유연한 견제수단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며 "일본 국내에서도 아베 외교에 대한 불안감과 비판이 높아지고 있어 향후 국제적 여론과 자국 내(특히 재계) 반응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한국 정부는 단기적으로 상황 악화 방지에 주력하되 일본의 실제적 규제 행위에 대해서는 신속한 대항조치를 펼침으로써 일본사회(재계)의 우려를 확산시켜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외교와 경제관계의 다변화를 통해 대일의존적 발전전략을 수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미·중 갈등으로 고조되고 있는 신냉전 체제를 극복할 탈냉전 전략으로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실질적으로 진전해야 한다"며 "이러한 변화를 추동할 수 있도록 미국과 새롭게 한미동맹의 성격을 설정하는 가운데 일본은 '건설적 관여'를 할 수 있도록 전략적 소통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구체적인 추진 전략 방안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미·중간 군사적 갈등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의 통로인 동중국해, 자원·영토(영해) 분쟁중인 남중국해, 중동·아프리카 진출 거점인 인도양 등 남방 해양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이에 반해 동북아 지역은 중국은 동북3성 경제 진흥, 러시아는 극동지역 개발, 북한은 경제 중시 신전략노선, 일본은 환동해지역 개발, 한국은 북방경제·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등 관계국 모두 공통 관심사항이 경제"라고 지적했다.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은 "일본 정부는 한일간 과거사 문제의 역사적 복잡성과 민감성을 이해하려 하지도 않은 채, 그리고 미래의 전향적인 한일관계에도 눈감은 채, 무역 규제라는 강압적인 수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며 일본의 행태를 질타한 뒤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올해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경제적 자립을 추구하는 또 한번의 독립운동을 펼쳐 양국이 상호 대등한 관계 속에서, 불행한 과거를 진정으로 성찰하면서,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는 미래의 한일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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